2014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 위해 지역교회에 설문지 보내

지난 10월 8일 교황청 공보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를 오는 2014년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소집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아울러 임시총회에 앞서 가톨릭교회의 각 지역교회에 예비문서와 설문지를 발송해 동성결혼 문제를 비롯해 가정 공동체와 관련한 예민한 사안에 대한 지역교회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는 “교회의 선익에 직접 관련되는 사항에 대하여 신속한 결정이 요구될 때”(교회법 제346항) 소집되는데,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가정사목처럼 지극히 중요한 사안”은 교황과 주교들의 인도 아래 공동 사목 지침이 필요하다며, 지역이나 개인에 의한 개별적인 해결책에 따르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교황청은 2014년에 열릴 임시총회에서 동거와 동성결혼, 일부다처제, 대리모, 혼인지참금 문제, 여성 인권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의 현상”을 명확히 밝히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정의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하기 위해 주교들의 경험과 의견을 모으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교황청은 2015년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를 열어 가정사목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해 10월 28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폐막 미사 (사진 / 교황청 뉴스 웹사이트 www.news.va 동영상 갈무리)

임시총회 예비문서에서는 “하느님 사랑의 기쁜 소식은, 자녀라는 선물에 열려 있는 친교와 부부라는 기본적인 인간 경험을 몸소 실천하는 모든 이들, 곧 가정 공동체에 선포되어야 한다”면서, 혼인과 신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황청이 각 지역교회에 보낸 설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의 삶에 충분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교회는 그동안 <사목헌장>뿐 아니라 교황 바오로 6세의 <인간생명>,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정공동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앙의 빛> 등 회칙을 통해 가정 공동체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입장을 발표해 왔지만, 그 가르침을 신자들이 그대로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설문에서는 “어떤 측면에서 교회의 가르침이 교회 밖에서 실제적으로 알려지고 수용되며, 거부 또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묻고 있으며, 그 가르침이 온전히 수용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문화적 요인’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설문에서는 별거 부부, 이혼자, 재혼자들에 대한 적절한 사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그들이 (교회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성사를 받을 수 없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묻는다. 또한 “혼인 무효 선언에 관한 교회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이와 연루된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묻는 등 신자 생활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답변을 듣고자 한다.

특히 동성 간 결합에 대해 4개항의 질문을 던지며, 국가가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는지, 이에 대한 지역교회의 태도는 무엇인지, 이들에게 사목적인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지, 동성들이 결합하고 자녀를 입양한 경우에 어떤 사목이 가능한지 묻는다.

교황청은 이러한 문제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등을 통해 응답하려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가르침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세계적으로 그리고 실존적 상황에서 사회의 변두리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 소집은 그동안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난 가정과 개인에 대해 ‘단죄’하는 교회 분위기를 바꾸고, 또 다른 소외된 사람을 만들어내는 교회 환경 속에서, 교회에서조차 밀려난 하느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주교회의가 이 문서를 각 교구에 발송했으며, 내년 초까지 설문 내용을 취합해 교황청에 보낼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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