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이러저러한 이유로 신앙생활 ‘장기 방학’ 중에 계신 분이 이러저러한 계기로 다시 본당에 나와야겠다고 말하면서, 혹시 교적이 없어졌다면 어찌해야 하는지 물어 오신 적이 있습니다. 우선, 교적은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며, 찾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적(敎籍)은 ‘공소인명록’이 발전하여 생긴 일종의 신자 신앙생활 기록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신자 개인의 가족관계, 신상명세, 세례 · 견진 · 판공 · 혼인 등의 성사생활 관련 사항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적은 한국 교회 고유의 제도로서 외국에는 이런 문서가 없다고 합니다. 공소인명록이란 말에서 감 잡으셨겠지만, 교적이 생겨난 배경에는 공소 생활이 깔려 있습니다.

옛날에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도시를 빼고는 사제가 상주하는 본당이 거의 없었으며 그런 신앙공동체를 공소라고 불렀습니다. 사제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명의 사제가 넓은 지역을 홀로 돌봐야 했기에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공소 지역의 신자 목록을 공소 회장이 기록하여 보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공소인명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발전하여 교적이 된 것입니다.

공소인명록에는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 기록되어 그 마을을 방문한 사제가 신자 개개인의 신앙생활을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기적인 고해성사(고백성사) 여부를 확인 관리할 수 있었는데, 이런 관습이 정착되어 판공성사 제도가 되었습니다. 판공성사는 아시다시피 부활절과 성탄절을 앞두고 요구되는 정기적인 고해성사입니다. 1년에 최소한 두 차례는 고해성사를 보도록 유도한 제도적 장치인 것이지요.

이처럼 공소인명록이 발전한 형태인 교적을 토대로 각 본당에서는 판공성사표를 발급하여 그 본당 소속의 신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교적이 한국 교회만의 제도인 것처럼 판공성사 제도도 한국교회의 특징적 제도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판공성사를 여섯 번 연속, 그러니까 3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이를 냉담자로 간주합니다. * 1월 22일자 교회상식 속풀이 ‘냉담자의 기준은?’ 참조). 또한 교무금(본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 납부 관련 사항도 교적에 기록합니다.

언뜻 개인적인 문서로 보이지만 가구별로 작성되어, 한 개인만이 아니라 신앙공동체로서 그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반 사회와 빗대어 보자면 호적(戶籍)과 같은 것입니다.

교적은 세례증명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가족 단위로 만들어진다고는 하지만 집에서 나 홀로 신자라면 교적에는 나의 신앙활동만이 기록됩니다. 이 경우에, 나 외에는 교적을 유지하도록 해줄 사람이 없는 셈입니다. 교적을 유지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본당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앙활동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누군가가 어느 본당 소속이라고 말할 때는 단순히 그 사람의 거주지 관할 본당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교적이 그 본당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소 3년 이상 쉬시다가 다시 성당에 나오려고 하는데 교적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분은 장기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다녔던 본당을 알고 있어야 좀 더 쉽게 교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본당 교적 업무가 전산화되어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혹시 다녔던 본당에 없다면, ‘이향신자사목부’라는 곳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이향신자사목부는 1960년대 이후 도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생겨난 사목 부서입니다. 신자들 중에 고향을 떠나 도시, 특히 서울과 그 주변 지역으로 이주한 후 교적이 없는 상태로 지내는 이들을 파악하여 교적을 회복시키는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주 업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오랜 냉담으로 행방불명 처리된 신자들의 교적을 관리하고 회복시켜주는 작업입니다. 각 지역의 본당에는 교적 상에 판공성사나 교무금 납부 상황을 기록하는데 이 기록이 대략 3년 이상 확인되지 않으면 그 신자를 거주불명신자로 간주하여 그 자료(교적)를 이향신자사목부로 이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목 부서를 아셨으니, 주변에 교적을 찾고 있는 신자 분들에게도 알려주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국에는 교적이란 것이 없이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니 우리도 그럴 수 있지 않는가 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신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본당에 소속감을 가지고 본당 운영에 실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도 함께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활동은 개인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는 교적을 통해 신자들이 소속 지역 본당에 구체적으로 소속되어 있음을 입증해주고 본당 운영에 참여하도록 일정 부분 구속력을 제공해오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넘어, 신자들이 더 뚜렷한 소속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신앙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 장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 참신한 발상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나눠주시길 청합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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