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마침 영광송'(final doxology)이라는 것은 미사 중 감사기도(성찬기도)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제가 바치는 영광송을 가리킵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라는 장엄한 기도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를 본래 사제만 바치는 게 맞는지를 물어 오신 분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제는 신자들에게 함께 하자고 하고, 또 어떤 사제는 사제만 바치는 것이니 따라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게 종종 헷갈리실 겁니다.

미사경본총지침(INSTITUTIO GENERALIS MISSALIS ROMANI) 제 236항에 따르면, '마침 영광송'은 오로지 주례 사제만 바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주례 사제가 원하면 공동집전자와 함께 바칠 수 있습니다. 이때 함께 바칠 수 있는 이들은 공동집전 사제이지 신자들이 아닙니다. 공동집전 사제들은 주례사제가 마침 영광송을 바치는 속도보다 더 빠르고 혹은 더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게 좋다고 전례학자들은 조언합니다.

이렇게 지침상의 규정을 알아두시면 바쳐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혼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기도가 낭송될 때 회중들은 성변화가 완료된 성체와 성혈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집전자가 주례 사제 혼자인 경우, 그는 홀로 성반과 성작을 들어 올림으로써 성체와 성혈을 보여줍니다. 공동집전자가 있는 경우는 성반과 성작을 나누어 들고 마침 영광송을 바칩니다.

이것은, 집전 사제가 성삼위께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한 성령의 도움으로 구원 업적에 대하여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환희의 표현이며 성변화가 완성되었음을 선포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인 것입니다(<미사 이야기>, 조학균, 대전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90쪽 참조).

미사는 집전 사제와 신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제가 예식을 이끌고 회중이 응답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맥락에서 전례적으로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성령을 통해 성변화를 이끄는 집전사제가 성변화의 마지막 단계를 '마침 영광송'과 성작, 성반을 들어 올리는 모습으로 선포하는 것이 의미있어 보입니다. 이어서 이 기도의 마지막에 신자들이 다 함께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이 성체와 성혈에 응답하는 모습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그런데 어떤 집전자들은 '마침 영광송'을 낭송할 때, 신자들에게 함께 바치자고 초대하곤 합니다. 전례지침을 기준으로 하면 이 경우는, 집전자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초대하면 회중은 응하면 됩니다. 이 거룩한 변화의 순간에 함께 한 이들이 모두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것이 공동체의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판단한 집전 사제의 초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한 사제를 어색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집전자가 함께 바치자는 초대를 하지 않으면 '마침 영광송'을 잘 들으시고, 마지막 부분에서 우렁차게 "아멘"으로 응답하시면 됩니다(암브로시오 성인은 이 아멘 소리를 천둥소리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같은 책 참조). 이때 주의 사항은 초대도 안했는데 같이 하면 기분 언짢아할 사제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지침을 잘 지켜 정성껏 미사 봉헌하려는 사제입니다. 괜히 따라해 열심인 그의 마음을 건드리실 필요 없습니다.

요즘은 감사기도 '마침 영광송'을 함께 하는 경우도 제법 되어 어떤 분들은 이 부분을 무심결에 당연히 회중이 함께 바치는 것이라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다시 한 번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사제가 영광송을 바치고 나면, 신자 분들의 대사는 자신있게 "아멘"입니다. 이런 주고 받음이 전례지침상의 원칙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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