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금경축 맞이한 오영진 주교

24일 오후, 서울 시흥동성당에서 봉헌된 오영진 주교(본명 올리비에 드 베랑제)의 금경축 축하 미사. 정신철 인천교구 보좌주교를 비롯해 프라도회 사제들, 서울과 인천교구 노동사목 담당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집전한 프랑스인 노사제의 한국어 기도문은 거침이 없었다.

1964년 7월 4일 사제품을 받은 오영진 주교는 사제로서 산 50년 중 17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1993년 한국을 떠난 후, 지난 2008년 잠시 청년들과 한국을 찾았지만, 그가 사목하며 삶과 신앙을 나눴던 이들과 만난 것은 21년 만이다.

“이렇게 많이 모이다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가톨릭노동청년회 청년들도 왔더군요.”

▲ 금경축을 맞이한 오영진 주교 ⓒ정현진 기자

미사와 축하연을 마칠 때까지 수많은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오영진 주교는 연신 “좋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프랑스에서도 꾸준히 한국 사회와 교회 소식을 접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오 주교는, “한국 사회가 많이 변하고 엄청난 움직임이 있지만, 사람들은 정 많고 소박한 그대로”라면서 “갈등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서로 믿는 마음이 많다는 것도 안다”고 한국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나는 복음밖에 모릅니다.”

오영진 주교는 어린 시절 신앙을 배운 후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고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우정 어린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이 내 친구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기쁘게 살아야 하는가”라면서, 여전히 고향의 노인들과 함께 그 기쁨과 말씀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이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의 청년들, 한국의 고유한 가치관과 전통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영진 주교는 지난 2008년 한국을 방문할 때도 프랑스의 청년들과 함께였다. 누구보다 청년들이 중요하고 여러 모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무엇보다 한국의 청년들이 서구화되어 가는 것을 우려했다.

오 주교는 세상의 변화가 많아도 이 나라의 가치관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가톨릭 가치관뿐만 아니라, 조상들의 가르침, 풍습을 기억해야 하고, 유교와 불교 그리고 무교까지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여전히 주님의 말씀을 나누며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오영진 주교는 이번 방한에 맞춰 입국하고 124위 시복 미사와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도 참석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에게 늘 용기를 준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이 기도하는 모습에 마음이 크게 이끌렸다는 오 주교는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모습, 소탈함은 교황 요한 23세를 연상시킨다”고도 말했다.

1993년 프랑스로 귀국한 후, 3년 뒤에 주교로 서품된 오영진 주교는 5년 전 은퇴해 고향인 베르사이유에서 살고 있다. 하느님이 생명을 허락하실 때까지 자신의 일을 할 것이라는 오 주교는 지역 양로원 등을 찾아 매주 성경을 함께 읽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 가톨릭노동청년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오영진 주교 ⓒ정현진 기자

오 주교는 100세가 넘은 어느 노인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애타게 먹고 싶은 양식은 바로 주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는 것에 크게 감화를 받았다며 “그런 이야기가 내 삶에 깊은 뜻을 전해준다. 그들과 매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경축을 맞는 소감을 묻자 오영진 주교는 “한국에서 노동자, 청년, 사제들과 나눴던 많은 것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들의 삶을 아주 조금은 알기 때문에 나를 챙기고 위해 주는 것에 미안하고 또 고맙다. 그리고 좋다”고 답했다.

오영진 주교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오는 30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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