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민주노동 한국판 블랙기업 운동 시작

“우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라며 청년의 삶을 파괴하는 ‘블랙기업’에 맞서겠다는 한국판 블랙기업 운동을 청년유니온과 민주노총이 시작했다.

블랙(black) 기업이란 용어는 일본에서 2000년대 중반 한 IT회사의 직원이 인터넷에 올리며 시작됐으며, 위법적 노동을 강요하고 젊은이에게 고생을 시키는 기업을 가리킨다.

일본의 청년 노동단체인 ‘POSSE’는 2006년 설립돼 노동 상담을 주로 해오다가 2013년 11월 블랙기업대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노동자의 조합 활동을 탄압하려는 기업과 정부는 노조 활동에 적극 참여한 노동자들의 명단을 만들어 서로 공유하고 이들의 취업을 막곤 하는데, 이것이 '블랙 리스트'(black list)다. 블랙기업 리스트는 이와 반대인 셈이다.

▲ 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블랙기업에 고통받고 있는 청년노동자들의 현실을 상징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 출처=청년유니온 페이스북)

POSSE는 ‘블랙기업을 알아내는 방법’, ‘사회복지사를 위한 노동상담’, ‘노동법교육 가이드북’ 등 책자를 무료 공개했고, 지난 3월에는 하루 14시간 노동에 야근수당도 받지 못하는 미용산업 노동자를 위한 에스테틱 유니온(조합)을 만들었다.

에스테틱 유니온은 상담내용을 바탕으로 기업과 교섭을 진행하고, 환경개선을 요구한다. 이들이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미디어에 공개하면서 회사의 수익이 낮아지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미용산업 내 이직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노동환경이 더 나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POSSE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9일 청년유니온과 민주노총은 한국판 블랙기업 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POSSE의 일본인 활동가도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던 20대 계약직 청년노동자가 정규직 전환의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10월에는 한 통신 대기업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실적 압박과 수당 없는 추가 근무에 시달리다 ‘노동청에 알려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청년들은 노력의 가치를 믿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불안정 노동,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확대하며 이들을 쓰다 버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운동을 위해 블랙기업 제보 사이트를 개설했다. 또한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를 개발하고 블랙기업 선정위원회와 블랙기업 시상식 등을 통해 블랙기업을 규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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