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받은 안광훈 신부의 빈민사목 48년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 문제는 그대로다. 오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몇 명 도우면 내일 또 도와줘야할 가난한 사람이 생긴다.”

안광훈 신부(73, 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는 가난에 완전한 해결이 없으며, 도와줘야 할 어려운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48년간 빈민사목을 해오면서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25일 안광훈 신부가 제26회 아산상 대상을 수상했다. 아산상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와 나눔정신을 실천한 개인과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 안광훈 신부 ⓒ배선영 기자

지난 21일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서 안 신부를 만나 가난과 빈민사목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가난은 사회의 질병이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다 힘을 모아야한다.”

그는 “가난한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빈곤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을 것, 입을 것, 교육, 병원비, 노후 대책까지 기본 권리이며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이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처음 한국에 왔던 1966년보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가 됐지만, 여전히 “틈에 빠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독거노인, 돈이 없어 유행하는 옷과 핸드폰을 못 사 왕따를 당하는 학생, 술과 도박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등. 안 신부가 이렇게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나열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여전히 이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주민연대 대표,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재정담당, 서울대교구 도시빈민사목위원회 위원 등 내년이면 서품 50주년을 앞둔 그가 맡은 굵직한 역할이다. 게다가 서울대교구에 있는 5개의 선교본당에서는 주임신부가 휴가나 피정, 연수를 갈 때면 안 신부를 부른다. 그는 자신이 “5개 선교본당의 보좌신부”라고 농담하며 웃었다.

선교본당은 서울대교구가 철거 위기가 있던 지역에서 빈민사목을 하면서 만들어졌다. 일반 본당보다 작고 가정집을 본당으로 사용하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신자 중심의 전례를 하는 곳이다. 안 신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삼양동 선교본당의 초대 주임신부였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도 삼양동 선교본당의 주임신부였다.

빈민들이 사회 관심 밖에 있듯이 빈민사목 또한 세상에서 소외돼 있다. 과정도 성과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는 “선교본당은 소규모고 힘이 없다. 단지 봉사자들과 힘 있는 데까지 한다. 사회에서도, 교구에서도 별로 인정을 못 받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회가) 성당 울타리 밖에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없다. 사회사목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빈민, 교도소, 노동 등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신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먹고 몸이 말이 안 듣는다”며 이제는 다음 세대한테 넘기고 젊은 사람들을 뒷받침해주고 싶다고 했다. 일흔셋의 나이에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정이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과의 점심을 먹고, 현재 그가 주력하고 있는 마을기업 회의를 하고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일을 보러 왔다. 바쁜 일정만큼 그의 숨도 차올랐다.

정몽준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복지에 쓰일 돈이 4대강 사업에 쓰여 (그와 함께 일하던) 활동가들 수도 줄였다며, “국회의원을 하셨으니, 4대강 문제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안광훈 신부는 1966년에 한국에 왔다. 1969년에 강원도 정선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고리대금과 사채피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1972년 정선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1981년에는 서울 목동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고, 안양천변의 철거민들과 함께 했다.

그는 삼양 주민연대로 활동하면서 저소득 주민들의 임대주택 보증금을 마련을 위한 '솔뫼 신용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했고, 2009년에는 저소득주민의 병원비, 학자금, 전월세 등을 대출해주는 ‘한바가지’ 소액대출운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 삼양 주민연대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마을기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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