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하청 수리기사들 3자협의 요구

“1주일에 6-70 시간 일했다. 점심시간도 없이 한 달 동안 이틀 밖에 못 쉬면서 일했다.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신비 등 업무에 필요한 비용도 받지 못했다. 전봇대, 옥상, 난간에서 떨어져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도 못 받았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원청의 갑질 속에서 평가지표를 따라 툭 하면 월급을 깎았다. 1년에 한 번씩 하청업체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15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77개 단체가 연명한 "통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범시민사회단체"는 SK그룹과 LG그룹에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 교섭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3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 같은 원청업체, 그리고 이들의 하청을 받아 수리기사 등을 고용하는 하청업체, 그리고 노동조합을 말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시간 단축,  4대보험과 퇴직금 적용, 그리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과 업체 변경시 고용 승계 등 준법 수준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6개월간 교섭과 투쟁을 했지만, 진짜 사장인 SK와 LG는 여전히 일방적인 업무 불이익, 표적탄압, 업체 변경 과정에서 조합원을 대량해고 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5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통신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기자회견에서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이경재 지부장은 “기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다쳤을 때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 경상현 지부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고용승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3개월, 6개월 계약 또는 원청이 맞춰 놓은 지표에 못 맞추면 그 하청업체는 문을 닫아야 하는데, 거기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좋은 기업에서 일해서 좋겠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질 대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들에게 고급인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LG직원이라고 고객들에게 말하라고 한 것도 LG였다. 하청업체의 이름을 달고 일하지 않았다.

경 지부장은 “하청업체가 하는 일이 없다. 실질적으로 원청이 모든 지표와 하는 방법, 옷, PDA로 작업하는 모든 내용을 관리하고, 하청업체는 일하는 기사를 다룰 뿐이다.”라고 했다.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작년 9월 19일부터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SK브로드밴드도 전면 파업 57일차이며 여전히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비닐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작년 말에 서울 경기지역 케이블티브이 업체인 씨앤앰 노사 분쟁에서 원청인 씨앤앰이 나서서 3자 협의가 이루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사 합의를 이룬 사례를 들어 이들은 더더욱 “원청이 나서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촉구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