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요즘에는 여성이 제단에 올라가는 것을 보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만, 제 어릴 때 기억으로는 그런 장면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복사단은 오로지 소년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제대나 그 주변(사실 제대는 제단 위에서 미사를 진행하기 위해 쓰이는 상을 말하고, 제단은 제대의 주변 공간, 즉 바닥에서 좀 더 높이 들어 올린 공간입니다)은 사실, 남자든 여자든 성직자가 아니라면 접근에 있어서 배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의 문화와 정서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렇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지요.(다른 나라의 특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제단에 여성이 올라가는 것을 금지하는 곳이 있습니다)

여성의 제단 봉사 범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 범위가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가능한 일들이 무엇인지 따져 보는 것으로 족할 듯합니다.

▲ 지난 1월 1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린 '세계 평화의 날' 미사에서 제대 양쪽 끝에서 여자 어린이들이 복사로서 봉사를 하고 있다.ⓒ강한 기자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 복사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소녀들, 혹은 청년 미사에서는 청년기 여성들이 미사의 복사로 제대에 봉사해 왔기에 이제는 미사 중에 복사를 서는 여성을 보는 일에 어색한 분들은 사실상 없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일종의 기점으로 여성이 미사 중에 복사의 역할을 하는 시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 여성이 제단에 오를 수 있는 경우는, 수녀님들이 청소를 하거나 제대를 정리할 때만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그랬던 상황이 변하여 이제는, 간접적으로는 제단 봉사회 같이 제대 주변을 꾸미거나 미사 준비하는 일, 미사 해설, 성가대(중세 때에는 여성의 성가대 참여도 금지했다고 합니다. 여성이 해야 할 부분을 변성기 전의 소년들이 대신했으니까요. 굳이 이유를 달자면, 성음악에서 바이브레이션이 심하게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사 중에 여성이 노래 부르지 못하게 하라는 신학적 근거는 없습니다)부터, 미사 중에 직접 제단에 오르는 복사까지 성무를 돕는 일에 여성들의 참여가 확대되었습니다.

특별히 복사의 역할은, 옛날에 소품(小品, 하위 성직품) 중 하나였던 ‘시종품’을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1972년 바오로 6세 교황께서 ‘품’이란 말 대신에 ‘직’이라고 용어를 변경하여 요즘은 ‘시종직’이라고 불립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사제품을 받기 전 단계인 부제품을 받기 전에 독서직(옛날의 독서품)과 시종직을 받도록 제도화 해 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본당 미사에서 만나게 되는 일반적인 의미의 복사는 신학교나 수도원 정규교육 내에서 시종직을 받은 이들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부제품을 받기 전에 거쳐야 하는 시종직을 받지 않은 채, 무면허로 제단에서 봉사할 수 있다고 관습적으로 허락받은 이가 일반적인 복사인 셈입니다.

따지고 보면, 공소와 같이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곳에 파견된 수녀님이나 여성 선교사님은 실제로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일 외에 성무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봉사를 하고 계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사를 대신하는 공소예절에서 주례를 하는 것은 사실상 사제의 역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여성이 성무를 위해 봉사할 수 없는 부분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제직이 남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제직은 엄밀히 제단에서 미사성제를 주관하는 직분이지 제단에서 벌어지는 일을 ‘돕는다’는 의미로서 봉사직은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은 제단과 관련한 모든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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