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사제 서품식은 2월 초나 7월 초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사제품을 받기 위한 신학교의 과정이 끝나고 서품을 위한 준비피정 등 서품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들이 충족되는 시기가 그 즈음이라서 그럴 것입니다. 각 교구의 인사 이동 시기가 사제 서품식과 비슷하게 이뤄지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머물던 사람은 새로운 임지를 향해 떠나갑니다. 일손이 부족해 힘들어 하던 사목현장에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정체된 분위기의 공동체에 새로운 바람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새사제들의 열정과 초심의 신선함이 기성 사제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신자들에게는 봉헌된 삶의 거룩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적인 유익함을 얻으려고 많은 분들이 사제 서품식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미사 자체가 주는 장엄함은 물론 미사 후에 새사제들이 각 신자의 머리에 안수하며 드리는 강복(첫 강복)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듣자하니 각 교구의 사제 서품식 일정을 엮어서 전국을 순회할 정도로 첫 강복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 2012년 예수회 사제 서품식에서 두 명의 새사제가 첫 강복을 하고 있다.ⓒ지금여기 자료사진

'첫 강복’이란, 새로 서품된 사제가 서품 미사 직후 기도 문구를 외고 미사에 온 이들에게 안수를 하면서 주는 강복을 의미합니다. 첫 강복의 준성사는 매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이 순간 첫 강복을 받는 사람이나 강복을 주는 사람(새 사제)이나 특히 잘 준비된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전례사전 참조, 준성사 혹은 강복에 대해서는 ‘축성과 축복은 같은 말인가요?’도 참고해 보세요)

그러니 만큼 새사제가 주는 첫 강복은 주는 사람의 새로움과 열정, 받는 사람의 갈망과 맞물려 더 큰 영적인 유익을 준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축복을 통해 하느님이 주시는 은혜를 깊이 신뢰하는 이들은 일상을 살아 나가는 데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새사제들이 신자들을 축복할 때, 즉 첫 강복을 할 때 외는 강복 기도문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사 직후에 공식적으로 하듯,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소서” 라고 하는 기도문이 기본형이 되며, 이것을 응용하여 이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즉,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이 형제/자매에게 강복하시어 그가 당신의 기쁨 안에서 살게 하소서”, “- 당신의 평화 안에 머물게 하소서”, “- 그에게 건강을 회복시켜 주소서” 등등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는 다양한 강복기도가 가능합니다.

첫 강복을 기대하시는 신자분들도 새사제들의 열정과 거룩함을 함께 나누며, 그들을 통해 오는 하느님의 축복에 신뢰를 두고 감사하는 마음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효험이 있다 없다가 관심사가 된다면, 그것은 영적인 유익함을 누리기보다는 미신적인 태도로 자신을 몰아가게 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오후, 혹은 찬바람 부는 겨울 오후에 열과 성을 다해 신자분들께 안수하는 새사제들과, 더위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새로운 목자의 탄생을 함께 기뻐해 주시는 신자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며 큰 축복을 느끼게 해 줍니다.

개인사정으로 서품미사에 못 갔다고 해도, 새사제의 첫미사 일정 동안 첫 강복은 계속됩니다. 어디에서 근거를 찾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선배 신부님의 권위 있는 해석에 의하면 새사제의 유효기간은 자신이 서품받은 후 돌아오는 서품식을 통해 새사제가 생겨날 때까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사제라는 호칭을 일 년 정도 유지할 수 있고, 그 호칭이 유지될 때 하는 그의 강복은 첫 강복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서품식에 가서 첫 강복을 받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면 첫 강복 받을 기회는 일 년 동안 찾아 볼 수 있으니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전능하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교회상식 속풀이 독자들에게 강복하소서.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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