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단 매주 번갈아 기도회, 다음 미사는 4월 2일

"자비로우신 하느님, 오늘 저희들이 마음을 모아 주님의 은총을 청하오니, 극단적 이윤창출만을 쫓으며 노동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자신들의 과도한 탐욕에서 한 걸음 물러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돌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LG, SK계열 통신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3월 12일 서울 중앙우체국 앞에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봉헌됐다.

미사가 봉헌된 우체국 앞 20여 미터 전광판 위에는 "진짜 사장 SK, LG가 통신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며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 수리기사 강세웅, 장연의 씨가 3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통신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파업과 농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로, 현재 전면파업을 벌인 지 110여 일을 넘기고 있다.

▲ 3월 12일 저녁 LG, SK계열 통신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첫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이들은 “장시간 노동 단축, 다단계 하도급 근절,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가 아닌 실질적 고용주 LG와 SK측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서 강론에 나선 장경민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노동 문제는 "비용절감을 위한 다단계 하도급"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최근 KTX 승무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장 신부는 '비용절감'은 '이윤극대화'의 다른 말로,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일자리, 노동의 가치를 파편화시키는 기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기업들은 "그 파편화시킨 노동자들이 바로 자신들의 고객이며,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장경민 신부는 각자의 역할이 충실하되, 상호 긍정적이고 발전적 영향을 주고받는 노사관계가 결국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기업 소유주와 투자자, 운영자까지도 그 관계가 왜곡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며, 나아가 비정상적인 경제체제와 사회를 만든다는 사실을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에 참석한 노동자들도 나서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끝까지 제대로 해결할 것"이며,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연대를 당부했다.

SK브로드밴드 여한철 마포지회장은 자본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힘없는 이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갖추지 않으면 자본을 이길 수 없다면서, "우리의 파업은 그들에게 두려움이 되고 있다. 1년의 싸움 끝에 사측은 '공생하자'는 말을 시작했다. 거리에서 국밥을 나누고 언 손을 서로 잡은 마음으로 끝까지 사측의 오만함을 깨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이범도 안양지회장은 한국사회는 비정규직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정당한 요구를 위해 거리에서 싸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됐다고 꼬집으면서, "국민을 속이고 소비자를 갖고 놀며 몸집을 불린 기업들은 땀흘리며 노동하고 희생한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오늘에 이를 수 있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세상은 점점 화려해지지만 노동자들의 요구는 몇 십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아 마음 아프다면서, "더 많은 이들이 정당한 노동의 댓가와 건강한 고용관계에 관심을 가져야만 비단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를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앞으로 천주교, 개신교, 불교 3대 종단은 LG, SK계열 통신사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번갈아 열 예정이다. 기도회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열리며, 다음 미사는 4월 2일이다.

▲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사목국 사제들과 수도회 사제들이 함께 집전했다. 강론을 맡은 장경민 신부는 기업들의 이른바 '비용절감을 위한 쪼개기'가 노동의 가치와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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