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택시 노동자와 생탁 노동자가 부산시청 앞의 고공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장영식

부산시청 앞, 고공 전광판 위로 두 노동자가 농성 중입니다. 택시 노동자와 생탁 노동자가 그들입니다. 길도 문도 없는 하늘 길 위의 두 노동자를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답답하고 먹먹한 일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며 309일 동안 85호 크레인 위에서 했던 고공 농성을 지켜보며, 이 땅에서 더 이상 ‘김진숙’은 없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김진숙 지도위원이 생환한 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송전탑 위로 올라갔었습니다. 재능학습지 두 노동자가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올라갔었고, 다시 쌍용자동차 두 노동자가 평택공장 굴뚝 위로 올라갔었습니다. 스타케미칼 노동자는 공장 굴뚝 위로 올라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309일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넘어 고공에서 1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공 농성을 선택한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절규합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함께 살자”고 말입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고, 함께 살자는 것이 그리도 어렵고 힘든 세상일까요. 이 땅의 노동자들이 고공에서 투쟁하는 동안 저들의 빈자리가 크게 보일 그들의 식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옵니다.

▲ 전광판 위의 두 노동자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장영식

“노예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는 참으로 마땅하며 옳은 말입니다.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한국의 노동 세계는 샴페인을 부으면 부을수록 ‘낙수효과’는커녕 부자들의 샴페인 잔만 커져가는 세상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세상에서 현장에서 쫓겨난 가난한 노동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살기 위해서 하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죽음의 벼랑 끝에서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역설의 울부짖음이 하늘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생탁 해고 노동자의 분향소가 시청 앞 고공 농성장 앞에 차려졌다. ⓒ장영식

이 글을 쓰는 동안 생탁 해고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한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포스코 하청 업체인 EG테크 노동자가 자진하였고, 하이디스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EG테크 노동자는 유서에서 “화장해서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달라. 새들의 먹이가 돼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에 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체제인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자본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인간적인 소중한 가치는 돌아볼 필요가 없다는 천박한 사고 습관에 깊게 빠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양심의 목소리들은 조롱과 멸시를 당하고, 탄압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김종철, ‘세월호 1년, 자본주의국가와 민주주의’, <녹색평론> 142권, 2-11쪽 참조).

▲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약육강식과 경제적 불평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배제된 가난한 노동자들이 “함께 살자”라며 절규하고 있다. ⓒ장영식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약육강식과 경제적 불평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배제된 가난한 노동자가 “함께 살자”라고 절규하면서 스스로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참담한 현실입니다. 보리가 싹트기 위해서는 씨앗이 죽지 않으면 안 되듯 노동해방이 싹트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일까요.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색해야 합니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잘 발아시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 가야 합니다.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을 여는 해방의 삶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치열하게 싸워 나가는 나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고공은 절망의 표현이 아니라 희망의 몸짓입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희망의 절규입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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