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여러분도 경험적으로 아시다시피 향을 미사 때마다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미사에서 향을 사용하게 되면 이 미사는 뭔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바로 알게 됩니다. 장엄한 미사 혹은 묵직한 주제를 가진 미사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전례적인 장엄함을 드러내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향입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미사 대부분이 노래로 진행하도록 구성하는 것(‘대미사’(high mass), ‘창미사'란 용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입니다. 단순히 성가만 아니라 사제가 기도문을 창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미사에서는 보통 향을 피웁니다.

향로에 숯을 넣고 그 위에 향을 얹어서 연기와 향이 하늘을 향해 오르도록 분향함으로써 하느님께 올리는 찬양과 기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성당의 십자가, 사람들과 예물을 축성합니다. 장례미사에서는 관을 축성함으로써 고인의 영혼이 하느님의 품에 안기기를 기원합니다.

미사 때 향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는 현실적으로 미사 주례자의 의견에 달려 있겠습니다만, 관습적으로는 대축일 미사(특히 부활 대축일), 서품 미사와 같은 특별한 미사, 장례 미사 등에서 향을 사용합니다.

▲ 2014년 8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대를 축성하려고 제대를 돌며 향을 치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향을 피우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입니다. 보통 장례와 연관을 맺지만, 일상적으로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집안에서 향을 피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불교가 유입되면서 향 문화가 전해진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의 향을 피우는 문화는 주변 지역의 관습이 유입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탈출기 30장 7절에 나와 있고, 신약에서는 루카 1장 9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을 통해, 분향은 제물을 바칠 때 혹은, 아침, 저녁으로 피우며 빛을 맞이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을 일깨워 줍니다. 이런 전통이 그리스도교에 넘어와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배경적으로는 오히려 이교도의 왕들이 분향을 통해 자신들이 신성을 얻었다고 여겼고, 반면에 그리스도인들은 박해의 세월 동안 신성시된 황제의 동상에 분향하도록 강요받은 것에 반발이 컸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다 4세기 이후에, 장례의식에 향이 먼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8세기경에는 제단과 성직자들 축성과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축복의 상징으로 향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13세기에는 인노첸시오 3세가 구마식에서 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탈출기(30,34-35)에 따르면, 향은 유향을 비롯한 각종 향료에 방부제용 소금을 섞어 잘 빻아 가루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합니다.(“가톨릭 대사전” 참조)

그런데 사실상 전례적으로 꼭 어떤 향을 쓰라는 지침은 없습니다. 단지 활성탄의 발명으로, 숯을 만들어야 했던 예전보다 불길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게 된 요즘, 향을 너무 곱게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활의 지혜”를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향가루가 너무 고우면 너무 빨리 타서 정작 향을 쳐야 할 때(향로를 흔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기가 뚜렷하게 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향의 연기처럼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께 풍성히 올라가는 것이 보여야 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 신자들은 맥이 빠집니다. 그래서 향가루와 적당한 크기의 향 알갱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요령입니다.(조학균 신부, “미사 이야기”, 참조)

구체적으로 미사 때, 향을 사용하는 시점은, 제대를 축성할 때, 봉헌예물을 축성할 때가 주례 사제가 향을 칠 때입니다. 그리고 시종복사 중에 향지기 복사가 향을 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주례자 축복과 신자들을 향한 축복, 성찬례 때 성체와 성혈을 거양할 때 향을 칩니다. 미사 때 잘 보시면, 시종복사는 보통 세 번씩 세 번을 칩니다.

이 외에 향을 치는 경우는, 부활성야 미사 때 부활초를 향한 분향이 있으며, 기타 특별 미사 중에 복음을 낭독하기 전에 성경을 향해 분향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례미사 때 미사 마지막 부분인 고별예식에서 예식을 진행하는 사제는 관에 분향합니다.

향의 종류에 관한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아는 어떤 신부님은 자신이 직접 성지 순례를 갈 때, 혹은 성지순례를 떠나는 지인들에게 가끔씩 부탁하여 수도원 등에서 파는 향을 선물로 부탁한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향들은 천연향이라고 합니다. 이것들을 모아 뒀다가 예식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주 훌륭하다고 합니다. 요즘 쉽게 구할 수 있는 인공제조향보다 훨씬 좋다고 하니, 이런 요령도 알아 둘 만하겠습니다.

성지순례 가셔서 괜스레 본당 신부님이 생각나면 향을 선물로 마련하셔도 좋겠지요? 뭐 이런 걸 다.... 하며 기대를 뛰어넘는 선물을 받고 살짝 당황해 하시는 신부님께, 전례 때 활용해 보시라고 생색내 보실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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