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종교의 중국화” 요구

중국 정부의 교회 십자가 철거가 저장성 원저우교구에서 다른 교구로도 확산되고 있다.

7월 2일에는 타이저우교구의 쑹문 성당, 신허 성당, 무위 성당, 다쓰 성당과 항저우교구의 샤오산 예수성심 성당 등 다섯 교회가 십자가를 철거당했다.

당국은 이 조치가 교회들을 “중국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타이저우의 한 소식통은 <아시아가톨릭뉴스>에 “교회를 ‘중국화’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들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자기들은 그 십자가들을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 샤오산 성심 성당의 십자가가 7월 2일에 철거되었다. (사진 출처 = ucanews.com)

종교의 “중국화”라는 말은 시진핑 총서기가 지난 5월에 공산당 통일전선부 회의에 참석해서 처음 한 말이다.

이 지침에 따라 그리스도교회들은 공산당 통치 아래의 중국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물들을 씀으로써 중국사회에 적응해야만 한다.

중국은 1949년에 공산화된 뒤 북한처럼 종교를 박멸하지는 않았으나 그리스도교회들은 외국교회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삼자(三自)운동을 내걸고 중국정부와 협력하며 존립해 왔으며, 이에 반발한 지하교회 신자들도 있다. 천주교의 경우에는 특히 교황의 주교 임면권이 문제가 되어 현재 중국정부가 승인한 공식교회는 교황 승인 없이 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 대표가 모여 주교를 선출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교황청이 “바티칸시국”이라는 외국정부이기 때문에 교황에 의한 중국교회 주교 임명은 타국에 의한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를 편다. 19세기부터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을 받았던 중국에게는 외세 배격이 아주 중요한 가치다. 교황청과 중국정부는 외교관계 재수립을 위해 오랫동안 협상하고 있는데, 이 주교 임명권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2013년 말부터 십자가 철거를 시작했는데, 개신교 인사들에 따르면 적어도 1100군데가 넘는 교회가 십자가를 철거당했으며, 소식을 알기 어려운 오지 교회들까지 생각하면 실제 숫자는 이 보다 많을 것이라고 한다.

항저우의 한 가톨릭 소식통은 자기가 직접 샤오산 성당의 십자가 철거를 지켜봤다고 했다.

“본당사제들만 홀로 이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고, 교계제도는 거의 아무런 지원도 못해 주고 있다. 같은 성에 있는 교구들 사이에 단결된 행동도 전혀 없다.”

“당국은 우리 사제들에게 십자가가 철거되는 것을 허용하거나 아니면 성당 전체가 철거되는 것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것은 딜레마이고, 사제들은 타협하게 된다.”

“일부 사제들은 지역 교계제도가 이 철거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내야한다고 요구했었는데, 그 초안을 보니 너무 건조했다. 어떤 교회지도자들은 우리가 정부를 화나게 하면 안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결과를 보라.”


예수성심성당은 항저우교구에서 십자가가 철거된 네 번째 성당이다. 이밖에도 푸양의 또 다른 성당이 마찬가지로 십자가가 철거될 것이라는 통보를 지난달 받았다.

“관리들이 말하기를, 천주교는 오직 주교좌대성당 하나, 그리고 개신교는 두 곳만 십자가 철거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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