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씨, 5.18 때 북한군 침투설 계속 주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5.18민주화운동을 비방했다며 지만원 씨(73)를 검찰에 고소했다.

광주 정평위는 8월 31일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을 부인하고 악의적으로 반복해서 왜곡, 날조를 일삼는 지만원 씨를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 광주 정평위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며 지만원 씨를 고소했다.(사진 제공 = 광주 정평위)

1987년 5월 광주 정평위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보여 주는 전시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나경택 당시 <전남매일> 기자가 찍은 흑백사진들과 해외 언론에 보도됐던 사진들이었다. 전시회가 열리고 시민들은 당시의 사진을 더 모아 보내 주었고, 사진 300여 장이 160쪽 분량의 “광주의거 자료집 2,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으로 탄생했다.

지만원 씨는 광주 정평위에 대해 “광주의 끔찍한 유언비어들을 제작해 퍼트린 조직은 북괴 정치공작원들과 ‘정의평화’로 위장한 천주교 신부조직”,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와 한 인터넷 매체에 글을 올렸다. 급기야 이 사진자료집에 대해 북한과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 씨는 지난해 “5.18분석 최종보고서”라는 책을 내고, 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북한특수군 600명이 남파되어 시민군으로 위장해 활동했으며, 이는 남남전쟁을 유발시켜 남침전쟁으로 연결하기 위해 벌인 고도의 이간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양래 상임이사, 현재 광주 정평위원장인 이영선 신부, 1980년에 정평위 임시간사였던 정형달 신부, 사진자료집 제작할 때 정평위원장이었던 남재희 신부, 1987년에 정평위원이었던 안호석 신부 등이 지만원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정평위는 “5.18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오지 않았던 것은 정부의 여섯 차례 공식 조사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현 정부는 역사를 부인하는 반인륜 세력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군 논란에 대해서는 5.18 당시 <조선일보> 기자로서 광주 현장에서 취재했던 보수논객 조갑제 씨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또 정평위는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는 사제들마저 법적 다툼에 끼어들게 만든 현 정부의 방관적 태도에 실망하고 분노한다”며 “5.18 희생자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행사되고 있는 현실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5.18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평위 간사였던 5.18기념재단 김양래 상임이사는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집요하게 문제를 삼고, 북한군 600명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내용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강연하고, 오프라인 신문을 만들어서 뿌리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며 고소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 씨는 앞서 5·18 역사왜곡과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한 여러 피고소 사건에서 2003년에는 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을, 2012년에는 무죄, 2013년에는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는 정평위가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해 “서울 교황청 대사관에 신부들을 고발하겠다”고 30일 <뉴스타운>에 밝혔다.

한편, 김 상임이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당시 감시를 피해 자료집을 제본하려고 애썼던 일화를 얘기했다. 그는 당시 경찰이 제본하는 곳을 자주 들락거려서 제본이 어렵자, 광주대교구 윤공희 대주교에게 도움을 청했다. 윤 대주교는 임동 성당으로 주교관을 옮긴 뒤 얼마 되지 않아 주차장이 비어 있다며 장소를 마련해 줬다. 보름 동안 밤을 새워 가며 2만 5000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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