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부터 적용중, "사회적 책임" 인식 필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특별희년’ 동안 모든 사제에게 낙태와 관련된 죄를 사죄할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교황은 9월 1일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리노) 피시켈라 대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별히 낙태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기억하며, “다른 어떤 사정이 있다할지라도, 희년 동안 모든 사제에게 낙태한 이로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이들의 낙태죄를 사죄할 권한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낙태에 의존했던 모든 여성들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결정을 하도록 만든 압박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낙태로 인해)일어났던 일은 심대하게 불의한 일이지만 그 진상을 이해하는 것만이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 줄 수 있다”고 이르고 “하느님의 용서는 회개한 사람에게는 거부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착한목자수녀회가 진행하는 '낙태 여성 치유를 위한 피정.' ⓒ정현진 기자

또 이와 관련해 사제들에게는 “현존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의 진정하고 관대한 용서를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회개의 길을 가리키고, 저질러진 죄의 중대함을 설명하는 성찰과 결합된, 진정한 환영의 말을 표현함으로써 이 중대한 임무를 완수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낙태로 죄를 지은 이들뿐만 아니라, 병자와 나이들어 홀로 지내는 이들, 감옥에 갇힌 이들도 언급하고, 모든 신자들이 어디서든 희년의 은총을 경험해야 한다며, “자비의 경험은 구체적 징표로 증거하는 가운데 보이며, 신자들 각자가 개인적으로 이러한 자비 행위를 수행할 때마다 희년 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낙태를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도덕률의 중대한 위반이며, 흉악한 죄악”으로 규정한다. 낙태에 대한 협력과 관련된 죄는 “중죄”이며, 낙태와 관련된 죄 역시, 교회법적으로 파문에 이르는 죄다. 이 죄에 대한 사면은 보통 교황과 주교에게 있지만, 한국 교회와 같이 ‘선교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우, 이미 모든 사제가 사죄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서한의 ‘낙태와 관련된 죄의 사죄’와 관련해 정재우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생명윤리)는 이번 서한으로 교회가 낙태죄를 범한 이들을 처음 용서하는 것이 아니며, 낙태로 인한 죄는 여성만의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님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먼저 한국은 이미 선교 지역으로 낙태죄를 모든 사제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었으며, 다른 지역 교회 역시 조금 어렵지만 주교나 특정 권한을 가진 사제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서한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성사로 하느님의 은총을 더 가깝게 받을 수 있도록 그 기회를 확대하고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낙태죄로 용서를 청할 이들에 대해서도, 교회는 그 책임을 여성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남성, 시술자, 낙태를 종용하거나 촉진하는 사람들 역시 그 범주에 넣고 있다면서, “낙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고, 교회는 이전의 노력에 더해 이런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 실천해야 할 과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그러나 이번 사죄권 부여가 낙태가 심각한 불의라는 입장에 대한 변화는 아니”라면서, “다만 죄가 아닌 자비의 확산이 강조되어야 할 일이며, 앞으로 낙태로 인한 치유의 기회 역시 더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년째 낙태 여성들을 위한 치유 피정을 진행하고 있는 이희윤 수녀(착한목자수녀회)는 이번 ‘자비의 특별 희년’ 사죄가 낙태로 인해 누구보다 고통 받는 여성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교회가 생명을 지키려는 입장에서 낙태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 교회를 멀리하고 심지어 떠나기도 했다면서, “이번 기회로 우리가 그들을 끌어안고 용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고, 그들 역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윤 수녀는 비단 이 시기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교회가 용서와 치유의 기회를 열어 주고 단죄보다는 자비로 품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 오히려 죄를 짓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낙태죄를 막기 위해 오히려 교회가 폭력적인 내용을 보여 주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자애롭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소위 박은미 총무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려는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인간 생명에 대한 공동책임을 질 수 있도록 사회적 시야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 가톨릭교회의 소명을 드높이기 위해" 지난 3월 13일 선포했으며, 올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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