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재혼자 문제는 조금 진전

가정에 관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끝났다. 이에 대해 영국의 진보적 언론인 <가디언>은 가톨릭교회가 현상유지를 선택했다고 했다. 보수계열인 <스펙테이터>의 데미안 톰슨은 “기본적으로 보수파가 이겼으나 대승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며, 진보파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시노드 처음부터 이미 독일의 카스퍼 추기경이 주창한 바 이혼 뒤 재혼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하자는 제안은 통과되기가 불가능해 보였고, 그래서 진보파는 그 대안으로 각 지역별로 결정하자는 안을 내놓았으나 이 또한 기존 교리를 지키면서도 이전과 달리 행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노드의 최종보고서는 이혼 뒤 재혼한 가톨릭신자들이 각자 자신의 죄를 “식별”하는 과정에 “동반”(accompany)할 것을 권하였으나 – 이는 요한 바오로 2세 시절에도 있던 얘기이고 - 이들이 다시 영성체를 받도록 하는 것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그는 “진보파 가톨릭 언론인들의 도움을 받아 상상의 비약을 하면”, 이 방면으로 “아주 쬐금”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고 했다. 그 정도로 실제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 시노드에 참가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 출처 =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들이 있다. 즉 톰슨은 보수파가 승리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번 시노드에서 진전이 없었다고, 즉 진보파가 얻은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노드에서는 이혼 뒤 (첫 결혼의 교회법상 혼인무효 없이) 재혼자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들이 “파문당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비록 이들이 영성체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으나, 이들이 지금은 금지당하고 있는 다양한 교회생활에 참여할 방안을 찾아보도록 교황에게 건의했다. 시노드는 또한 이혼 후 재혼자들이 “세례를 받은 이들이며, 형제 자매”라고 칭하면서, “성령께서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해 이들에게 은총과 은사를 쏟아 주신다”라고 보았다. 지난해 시노드에서는 이러한 “은총”이나 “은사”라는 표현에 보수파들이 크게 반발했었다.

톰슨은 동성애에 관해서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면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새러 추기경(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이 동성애자 권리와 “이슬람국가”(IS)를 동급으로 보고 그리스도교 세계를 위협하는 두 악이라고 말하는 판에 이는 뻔한 결론이었다고 했다.

그는 추기경 13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이혼과 동성애 문제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완화하면 교회가 개신교 식으로 분열할 것이라고 한 것이 누출되었을 때가 이번 시노드의 향방을 가른 고비였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보수파가 이번 시노드 결과를 놓고 큰 승리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며 진보파는 절망하지는 않을 터인데, 그 이유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정한 사목적 변화를 지지하고 있으며 어쨌거나 그가 교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노드는 교회의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교황의 자문기관이며, 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최종보고서는 교황에 대한 건의를 담고 있다. 교황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으며, 이러한 건의사항에 대한 고려를 포함해 자신의 생각을 최종적으로 교황권고의 형식으로 교회의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톰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시노드 최종보고서에 나타난 의견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그에게 아주 위험한 선택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가 이번 시노드의 의견을 따른다고 해도, 이번 시노드,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임시 시노드로 해서 프란치스코의 교황직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라고 톰슨은 내다봤다. 이혼자와 동성애자인 가톨릭 신자들은 순진한 희망을 품었다가 그 꿈이 깨졌으며, 성직자와 활동적인 평신도들은 50년 전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 이래로 가장 분열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상처는 다음 교황 대에도 치유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 시노드 기간 중 경당에 들어가는 교황.(사진 출처 =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이번에 드러난 교회의 분열상에 대해서는 <가디언>의 앤드루 브라운도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보았다.

그는 이번 시노드는 진보파와 보수파 간의 무승부이지만, 언론 브리핑과 정보 누설, 보도, 그리고 심지어 교황이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둥의 소문, 그리고 교회 분열의 경고까지 동원된, 사실상 공개 경선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브라운은 보수파 블로거인 데미안 톰슨이 많은 보수파 신자들은 무조건 빨리 다음 교황 선거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나마 이 발언은 보수파들이 쏟아 낸 말들 가운데 가장 덜 히스테리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시노드 기간 중에 펠 추기경이 언론 인터뷰에서 카스퍼 추기경을 공격하고 이에 독일 대표단이 성명을 내어 그에 쓰인 용어들이 시노드 정신과 기본 규칙에 어긋난다고 펠 추기경을 격렬히 규탄하는 등 원로 추기경들 사이에 서로 오간 공개적인 규탄이 근래 역사에 전례 없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앞으로 교황의 권한으로 이번에 카스퍼 추기경의 제안과 같은 것을 교회의 입장으로 채택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보았다. 교황이 1970년대에 아르헨티나에서 예수회 관구장이었을 때 아주 독재적이었으며, 그 때문에 임기가 끝난 뒤 다른 회원들에 의해 시골들로 추방당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그들 간에 생긴 상처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을 정도라는 것이다.

브라운은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30년에 걸쳐 전 세계에 보수파 주교들을 임명하고 자신들의 보수적 의견을 진보파에게 강요해 왔음에도 보수파들은 지난 교황선거에서 두 사람에 이은 자신들의 보수파 교황을 세울 수 없던 한계를 증명했고, 프란치스코 자신은 더 이상 진보적 노선을 걸을 수 없음이 확인되었는데, 이것이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정한 승리일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이번에 논란이 된 사항들에 대해 교회 지도부가 합의를 보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신자들이 각자 생각하도록 고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브라운은 이혼 뒤 재혼자에 대한 처우 문제는 피임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금지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혼인무효”를 통해서나 이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독신 남성들이 규칙을 만드는 곳에서만” 통할 뿐, 성에 관한 현실감각이 없는 것의 일부라고 했다. 그는 이혼 문제와 피임 문제에 가톨릭 신자 대부분이 공식 교리를 따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 공식 교리는 성관계를 하면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관계가 더 죄스럽고 덜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신자들이 자기 생활에서 겪는 경험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교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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