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때가 때이니 만큼, 대림을 앞두고 자주 듣게 되는 성경 말씀은 주님이 다시 오실 날, 즉 세상의 마지막 시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이지, 그 전조는 상당히 불안해 보입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루카 21,9)라는 말씀입니다.

한 형제가 물어 왔습니다. 이 종말에 대해 어찌 이해해야 할까요? 가자마자 금방 오실 것 같이 떠난 분이 아직도 오질 않고 계시니.... 역사적으로 그리스도 신앙을 가진 이들은 기다림에 지치지 않으려고 그분이 오실 때를 여러 징후를 통해 읽으며 기다려 왔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몇몇 ‘사이비’ 교단은 자기들만 마지막 날에 하늘로 불려갈 것이라 기대하며 현실의 삶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 '최후의 심판', 프라 안젤리코.(1447)

종말이란,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들을 박해하는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환난과 고통이 임박한 마지막 날의 전조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이미 오셨던 구세주께서 다시 오시어 그들이 그분의 영광에 함께 들어갈 것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일반적인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종말은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때를 가리킵니다. 혹은 하느님의 구원역사가 완성되는 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상에서 선을 행하고 살았던 이들에게는 낙원이, 악행을 일삼은 이들에겐 지옥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삶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바로 끝이라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영혼의 거처가 결정되고, 그 거처에서 영원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 종말론의 개요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거지 라자로와 부자의 이야기(루카 16,22-26)를 들려 주시며, 이 세상에 이어서 올 다른 세상에 대해 묘사하십니다. 또,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면서, 예수님은 당신 오른 편에 매달린 채 함께 십자가형을 당하고 있는 도둑에게 낙원에 함께 들어갈 것임을 약속(루카 23,42-43) 하십니다.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아직까지도) 마지막 날에 메시아가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메시아(=그리스도)라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수님이 이미 이 세상에 오셨다가 잠시 성부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신 상태이기에, 그분께서 ‘다시' 오실 날을 마지막 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시 오실 메시아는 인류를 심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을 통해 그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심판이라는 말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어깨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요한 복음에 의하면, 그 심판은 구세주가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태도가 맺는 결과입니다. “나를 물리치고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심판하는 것이 따로 있다. 내가 한 바로 그 말이 마지막 날에 그를 심판할 것이다.”(요한 12,48) 여기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을 보내신 분, 곧 성부 하느님을 믿지 않고 그분의 초대를 거절한 사람들이 겪게 될 심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심판을 두려워하기보다 우리에게 일상을 통해 주어지는 하느님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태도임을 알게 됩니다. 어차피 우리는, 예수님께서 떠나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고, 성자 예수님 대신 성령을 맞이하여 살고 있으나 경험상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날이 여전히 지체되리란 걸 예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 세상의 삶을 정리하기 이전에 그분이 오실 것인지에 대해 내기를 한다면, 저는 안 오신다는 데 걸겠습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이 거의 종말의 때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공적이고 집합적인 종말을 보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은 아닐지라도 어차피 개인 차원의 종말은 맞이하게 될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 종말의 날이 (개인에게는) 구원사가 완성되는 날이 될 것입니다. 가장 중한 죄인인 내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는 그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한 존재들이고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종말을 인류의 손으로 만들어 내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만드신 분이 하실 일이지 피조물의 몫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대신 우리는 그 날에 우리 모두가 함께 영원한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 힘을 모아 평화를 일구며 더불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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