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인 성사는 잘 아시다시피 일곱 개입니다. 입문성사로 세례, 성체, 견진성사. 그리고 일상의 삶을 성찰하도록 이끄는 고백성사. 교회의 사제를 축성하는 성품성사. 성가정을 추구하는 혼인성사. 건강이 아주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경우나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받게 되는 병자성사가 있습니다.

은총의 칠성사에 관하여 자주 받는 질문이 바로 오늘의 속풀이 질문입니다. 그냥 한번 상식적으로 따져 본다면, 누구든지 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 삶의 경험이 있으니까요. 함께 헤아려 볼까요?

▲ '칠성사', 로히어르 판데르 베이던.(1450)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신자들은 보통 이중에 여섯 개의 성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경계는 성품성사와 혼인성사 사이에서 생깁니다. 성품을 받고자 하면 혼인성사를 포기해야 하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어떤 분은 견진을 받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병자성사를 받을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성품을 받지 않지만 수도회 공동체에서 평범한 수도자로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성품성사도 혼인성사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여섯 성사가 아니라 네댓 성사에 멈출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요즘의 현상으로 봐서는 혼인성사를 받지 않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독신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잖을 듯합니다. 자발적인 선택이라면 좋겠지만, 사회구조적 문제로 생겨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일곱 개의 성사를 다 받고 삶을 마감할 수도 있습니다. 혼인성사를 받았는데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자녀에 대한 부양 책임이 없는 사람이 일정한 교육 과정을 거쳐 사제로 서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그는 일곱 성사를 다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좀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사제의 신분을 지니고 있던 사람이 환속 과정을 거쳐 결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성사혼을 하려면, 환속한 성직자는 교황청으로부터 독신제에 대한 관면을 얻은 뒤에 혼인할 수 있습니다. 즉, 더 이상 독신의 의무에 매이지 않게 되었을 때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은총의 칠성사를 다 받을 수 있다고 이번 주 속풀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일반적 경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예입니다. 일곱 개 성사를 다 받아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걸 다 받아야 완전히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완전히 축복받은 삶이 아니라는 논리가 됩니다. 성품성사를 받을 수 없기에 일단 여성은 최대 여섯 개 성사만 가능합니다.

은총을 주실 것이면 공평하게 주셔야지 남녀를 구분해서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일곱 개 성사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단지 매우 중요한 성사가 있다면, 그것은 세례, 성체성사라 하겠습니다. 우리를 당신 자녀로 받아들이시고, 축복하시며, 우리를 먹이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이 두 성사 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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