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추기경, "천주교는 소유하고 싶은 마음 없다"

서울 중구가 2월 17일 오후 2시 서소문공원 광장에서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기공식을 했다.

200명 이상이 자리를 채운 이 자리에는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박원순 서울시장, 최창식 중구청장, 우윤근 의원(국회 가톨릭 신도의원회장) 등 정관계 인사들,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와 신자들도 참석했다.

▲ 2월 17일 서울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착공식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정관계 인사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강한 기자
가톨릭 신자인 우윤근 의원과 심재철 의원이 축사를 하고, 서울대교구장 염 추기경이 축복 기도를 이끌었다. 이 가운데 행사장 주변에서는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 회원 10여 명이 서소문공원 사업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어 올리고 경찰이 이들의 행사장 출입을 막는 등 소란이 있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남자는 기공식을 마치고 공원을 떠나는 염 추기경을 향해 "여기서 효수됐던 김개남 장군은 동학혁명군이었지 결코 천주교인이 아니었다"고 외치기도 했다. 서소문 대책위는 2014년 11월부터 서소문공원 사업에 국비 230억 원 등을 쓰면서도 '천주교 순교 성지화'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해 왔다.

중구는 2월 15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2017년 말까지 서소문공원 일대(2만 1363제곱미터)를 리모델링하여 지상은 조선 후기 사회변화와 종교적 장소성을 띤 역사공원으로, 지하는 순교성지와 순교자 추모 등을 표현하는 기념공간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공사의 주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서소문공원은 2018년 상반기에 개방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중구 입장에서는 서소문공원을 가톨릭 신자들이 찾는 성지순례 코스이면서, 한편으로 종교와 무관하게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다. 중구는 서소문공원이 높은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울역 철길로 인해 주변과 단절된 채 "도심 속 고립된 노숙인 쉼터"로 남아 있었다며, "종교와 관계없이 일반인도 즐겨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 겸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염수정 추기경은 기공식 축복 기도를 마치며 "천주교는 (서소문공원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처형된 순교자들은 하느님을 원망하고 처형하는 이들에게 앙심을 품고 처형된 분들이 아니"라며, 서소문공원은 목숨까지도 아낌 없이 기쁘게 내놓는 자리라고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서로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고 희생적 사랑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이런 역사, 이런 장소성이 있는 이곳을 우리는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이곳에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일하시는 분들은 이것을 진행하며 계획성부터 역사성,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월 17일 서울 서소문 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착공식이 끝난 뒤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 회원들이 이 사업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