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상황에서 절대악 아니다"

중남미 의사들이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여성들에게 임신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피임이 “차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낙태는 물론 인공 출산조절(인공 피임)도 죄로 보고 반대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주기법과 같은 자연 피임법을 권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태아가 장애 상태로 태어날 위험이 높을 때 인공 피임이나 낙태를 “차악”으로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교황은 “낙태는 차악이 아니고, 범죄”라고 답했다. 그는 낙태는 의도적으로 죄 없는 인간 생명을 없애는 것으로서, “그것은 절대악”이라면서, “임신을 피하는 것과 낙태를 혼동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차악”의 개념을 인공 출산조절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바오로 6세 교황이 1960년대 초에 당시 아프리카의 벨기에령 콩고(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내전이 일어나 강간이 전쟁무기로 쓰이던 상황에서 수녀들이 피임약을 먹는 데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 콘돔.(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그는 낙태와 달리 “임신을 피하는 것은 절대악이 아니다. 일정한 상황에서는, 복자 바오로 6세에 대해 내가 언급한 것과 같은 사례에서처럼 (절대악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사와 과학자들이 “이 질병을 옮기는 모기들에 저항할 백신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2015년에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가톨릭 신자라고 해서 “토끼처럼” 애를 (많이) 낳아야 할 필요는 없으며 자녀의 수를 적절히 둘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지만, 인공 피임에 대한 교회의 금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그는 그 뒤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는 이 지역에 만연한 에이즈와 관련해 피임을 허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당시 그는 아프리카에서는 더 큰 문제로 굶주림, 식수 부족, 착취 등이 있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이번에 교황의 발언으로 인공 피임을 금지하는 가톨릭교회의 원칙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변할 가능성이 생겼다. 바오로 6세 교황이 회칙 ‘인간생명’(1968)에서 인공 피임을 명시적으로 단죄한 뒤로, 역대 교황이 비록 조건부이지만 인공 피임이 허용될 여지를 밝힌 것은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남미 여러 나라의 보건당국은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가 태아의 소두증과 연관이 있으므로 앞으로 2년간 임신 계획을 연기하라고 촉구해 왔다. 소두증에 걸리면 태아의 머리가 작고 정상적인 뇌 발달에 어려움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이의 연관성이 확증되지는 않았지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서 퍼지는 사례들도 확인되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국은 소두증과 지카 바이러스의 연관성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사 원문:http://www.catholicnews.com/services/englishnews/2016/in-zika-outbreak-contraceptives-may-be-lesser-evil-pope-says.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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