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100여 명 참석

노동절을 앞둔 4월 24일 천주교 인천교구가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 앞에서 ‘노동자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인천교구 노동자주일 행사가 모란공원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구 가톨릭노동장년회, 청년회, 이주노동자, 신학생 등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노동절을 앞두고 전태일을 비롯한 ‘열사’들의 묘가 모여 있는 모란공원을 찾아와 미사를 봉헌하며 마음을 새롭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 4월 24일 인천교구 노동자주일 미사가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 앞에서 봉헌됐다. ⓒ강한 기자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쇼학 칸은 5월 초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동자주일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일요일마다 이주노동자들 상담소에서 통역 봉사를 해 왔고, 매년 이주노동자 대표로 노동자주일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매년 여러분 앞에서 말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사를 시작하며 김윤석 신부(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묘지에 있는 “노동자 선배들이 살아 있었을 때의 땀과 수고를 느끼고 그 뜻을 받들어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모란공원 방문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한국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교구 노동자주일은 2002년 제정돼 올해로 열다섯 번째다. 그동안 주로 교구청이나 교구 관내 가톨릭 학교에서 노동자주일 행사를 지냈으며, 2013년에는 강화도 심도직물 공장 터에서 행사를 열었다.

한국 천주교 교구 차원에서 노동자주일을 따로 지내는 교구는 인천교구뿐이다. 노동절인 5월 1일은 가톨릭교회의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이며, 이날을 맞아 최근 서울대교구, 부산교구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왔다. 2014년부터는 매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절 메시지가 발표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모란공원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분신 자살한 전태일의 묘가 만들어진 뒤, 그의 곁에 묻히길 원한 노동자, 사회운동가, 지식인의 묘가 늘어나면서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묘역’으로 불리게 됐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문익환 목사,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박종철 등의 무덤도 이곳에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