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구체적 정책변화 언급은 없어

가톨릭인을 비롯한 그리스도인들은 동성애자들에게 사과해야 할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여러 가지로 차별하거나 그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긴 데 대해 하느님의 용서를 구해야만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했다.

그는 6월 26일 아르메니아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교회가 동성애자에게만이 아니라 또한 가난한 이들, 착취당하는 여성들, 그리고 교회가 지킬 수 있었음에도 그러하지 않았던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르메니아 방문 중에 아르메니아 정교회 수장과 만나 “우리는 형제”라고 선언한 바 있다. 아르메니아는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기 전에 이미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세계 최초의 "그리스도교 국가"였다.

▲ 아르메니아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있는 국가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org)
그는 동승한 기자들과 거의 한 시간이나 여러 질문에 대답하던 중, 며칠 전에 독일 주교회의 의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했다는 발언에 대해 코멘트를 부탁받았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회가 동성애자들이 소외되는 데 한 몫을 한 데 대해 사과해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었다.

교황은 또한 이달 초 미국 올랜도의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서 있었던 학살에 대해 말할 때는 눈을 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고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바를 행동하지 않은 것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여러 번, 여러 번 그랬다. 그리고 내가 ‘교회’라고 할 때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전체)을 말하는 것이다. 교회는 성스럽고, 우리는 죄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 동성애자들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을 판단하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복수인 “우리들”로 바꿔 말하면서 “선의를 갖고 있고 하느님을 찾고 있는 동성애자가 있다면 그를 판단하는 우리는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말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존중받아야 하고 사목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도적으로 다른 이의 신앙이나 감수성을 침해하려는 특정한 동성애자 시위에 대해 불평할 권리는 사람들에게 있지만, 그것은 마르크스 추기경이 얘기하려던 바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라던 시절에 그곳은 “폐쇄된 가톨릭 문화”에 속했는데, 훌륭한 가톨릭 신자라면 이혼한 사람의 집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으려 했다면서, “그 문화가 지금은 변했고, 하느님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을 때리기 보다는 껴안는 좋은 사제가 많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성스러움은 겸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얼마 전에 여성 부제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연구할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한 데 대해 질문을 받고, 그 위원회를 구성할 명단을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국제수도회장상연합(UISG) 회장수녀로부터 각기 받았으나 아직 위원들을 선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기가 알기로는 초대 교회의 여성 부제들은 여성의 세례와 도유 때에 주교들을 도왔으며 현대 가톨릭 교회의 부제들의 역할과는 달랐다는 지난 5월 국제수도회장상연합 총회 때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떤 사람의 청을 안 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문제를 연구할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농담을 한 뒤,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가톨릭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여성들이 맡고 있는 직책들의 한계를 넘어서 잘 발휘되고 있으며, 자기는 18개월 전에 여성 신학자들로 한 위원회를 구성해 교회 생활에 여성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검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우리 남자들과는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요. 여자들 의견을 듣지 않고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어요.”

▲ 2016년 6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행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CNS)

이밖에 이 기내 회견에서 교황은 다음과 같은 여러 발언을 했다.

-- “마르틴 루터의 의도들”은 교회를 개혁하려던 것이 아니었지만, “아마 그가 택한 방법들 일부는 옳지 않았다”고 보며, 1500년대의 교회는 “본받을 좋은 모델에 딱 맞지는 않았다.”

-- 이번 아르메니아 방문에서 1915-18년에 약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학살된 일에 대해 “대학살”(genocide)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고향인 아르헨티나에서는 (그 사건에 대해) 그 말을 흔히 쓰고 있으며, 1년 전에 이미 공개적으로 그 말을 썼기 때문이다. 터키가 그 표현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르메니아에서 그 말을 쓰지 않았으면 그것은 “이상하게 들렸을 것”이다.(편집자 주- 터키는 “대학살”이라는 표현뿐 아니라 사실 자체를 오랫동안 부인해 왔다. 아르메니아는 제1차 대전으로 터키가 패전국이 되어 영토가 축소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지역이 터키 제국에 속해 있었는데, 터키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적국인 러시아 편에 설까봐 탄압하는 한편 대전 중의 대기근 때 방치함으로써 사실상 학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문제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까지도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일을 “대학살”로 표현했다.)

--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현명한 사람”이며, 훌륭한 조언자이자 열심히 전체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지만, 그는 더 이상 교황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없다. “교황은 한 사람뿐이다.”

-- 브렉시트 투표에서 영국 유권자 다수가 탈퇴를 선택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유럽연합이 회원국가들 사이의 차이점을 존중하면서도 대륙의 일치를 촉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전 세계의 14개 자주적인 정교회 가운데 10개가 그리스의 크레테에서 모여 “세계 정교회위원회”(The Great and Holy Council of the world's Orthodox churches)를 만든 것은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 오는 9월에 아제르바이젠을 방문하면 아제르바이젠 지도자들과 국민들에게 아르메이나 지도자와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할 생각이다. (두 나라는 아제르바이젠 영내이지만 아르메니아인이 다수민족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1988년부터 크고 작은 전쟁을 벌여 왔으며, 지난 4월에도 양측에서 수십 명이 죽는 대규모 충돌이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1994년부터 휴전 상태다.)

기사 원문: http://www.catholicnews.com/services/englishnews/2016/christians-should-apologize-for-helping-to-marginalize-gays-pope-says.c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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