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1

제주 강정마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9월 2일부터 4일까지 “생명평화로 고치가게마씸(함께 갑시다)”라는 주제로 제3회 강정평화 컨퍼런스가 열렸다.

컨퍼런스의 한 프로그램인 마을만들기 소모임에서 ‘강정마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산 김성규 씨와 한경숙 씨는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던 강정이 해군기지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했다.

지난해 “구럼비 그 바다에 부치는 글”이라는 시집을 냈던 김성규 씨(49)는 해군기지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서 ‘발전’에 대한 생각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발전은 건물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화목해지는 것”이라며 관계에 중점을 둔 시각으로 발전에 대한 자신의 개념이 변했다고 했다.

그도 예전에는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높은 건물과 넓은 길이 들어선 강정을 보면서, 그는 “이는 발전이 아니라 변화”며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강정은 누구나 가서 자신이 느끼는 만큼 느끼고, 취할 것을 취할 수 있었다”

강정천은 아주 어릴 적부터 성규 씨의 ‘놀이터’였다. 5살부터 안 다닌 곳이 없었고, 수영하고, 야생 열매를 따먹었다. 그는 자신이 10대 시절,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 강정 바닷가에 문어, 조개, 소라 등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렸다고 기억했다. 이어 "어제처럼 오늘도 이것들을 잡으러 갔는데, 통제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너희 바다, 우리 바다 선을 긋고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며 이게 과연 발전인지, 발전해서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발전으로 추억들이 사라진다.”

▲ 강정평화 컨퍼런스에서 '강정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마을주민 김성규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배선영 기자

84년간 강정에서 산 해녀 한경숙 씨도 해군기지가 들어와 세상이 뒤바뀌었다고 연신 억울함을 토해냈다. 전 강정마을 회장 강동균 씨의 어머니인 그는 7년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며 아들이 혹시나 잡혀가진 않을지 밤낮으로 걱정했다. 그에 따르면 옛부터 구럼비 바위에서 나는 물을 떠다 복을 기원하는 제를 지낼 정도로 마을사람들에게 영적이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이렇게 살기 좋은 부락에 이런 허망헌 일을 닥쳐놓니까예 너무도 억울허고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습니다."

강정마을 고권일 부회장도 "해군기지가 만들어진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올해 은어가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조류가 멈추고 퇴적물이 쌓이고 썩어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고 부회장은 정부 주도의 지역발전 계획의 문제점을 짚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제주도청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지역발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는 크루즈 터미널, 관광 테마 쇼핑거리, 서귀포시 프리미엄 아울렛, 농수산물 특화개발로 주민소득 증대, 민군 공동이용시설, 친환경 경관조성과 신재생에너지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이 사업들이 대부분 토지수용을 동반해 주민의 생활권이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지 않으며 대기업 등 특정인만 이익을 보는 사업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이 정신을 이어가야 하며, 마음적으로 고생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자존감을 지키는 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해군과 강정마을 경계선에 평화상징물 벨트를 만들고,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이들에게 공동주택을 제공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마을총회에서 제주도청의 공개 사과를 받고, 마을 주민이 원하는 사업만 추진돼야 한다고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한 참가자가 해군기지 건설 뒤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묻자 김성균 씨는 "예전에도 소소한 갈등은 있었지만 큰일이 있으면 다같이 어울렸다. 지금은 해군기지를 강력하게 찬성한 사람과 반대한 사람들의 관계는 문제가 있고, 대부분은 왕래는 하지만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반대한 이들은 가슴에 분노가 있다”고 했다.

▲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강정마을은 많은 것이 변했다. ⓒ정현진 기자

‘강정평화 컨퍼런스’는 2014년부터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예수회 한국관구가 함께 시작했다. 이번 모임은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해 평화교육의 경험을 나누고, 강정마을 주민과 소통하며, 예수의 비폭력을 생활에서 실천하자는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주제별로 마을만들기, 비폭력 평화와 교회, 아시아평화교육 워크숍으로 프로그램을 나눠, 참가자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주제를 선택해 의견을 나눴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그간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 프로그램별로 성명서를 만들었다.

마을만들기에 참가한 이들은 성명서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하루가 다르게 마을이 변해간다. 1000세대가 넘는 군부대 관련 유입인구를 위한 건축공사, 아침저녁으로 들리는 군가, 악을 쓰며 내지르는 군인들의 훈련소리, 심지어 마을 안길에서 총을 들고 군사훈련을 하고, 대낮에 안전장치도 없이 다량의 폭발물을 실은 대형트럭이 질주하는 등 군사주의 문화가 마을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이들은 정부의 발전계획이 “대부분 대기업 자본의 특화된 사업으로 특정인에게 이익이 돌아가거나 보여주기식, 환경파괴적”이라고 비판하며, “거대 자본의 침투로 마을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해도 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강정을 생명평화마을로 만들기 위해 우선 구상권 문제 해결에 애쓰고, 해군기지로 흩어진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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