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2

9월 2-4일 제주도 강정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와 강정마을 일대에서 열린 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생명평화로 기치가게마씸’의 내용을 나눠서 전합니다.

강정평화 컨퍼러스에서 현재 교회가 정당한 전쟁론이 아닌 비폭력, 정의로운 평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사제가 군인 신분으로 복무하는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임은 주제별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그중 하나인 ‘비폭력평화와 교회’에서 행사 둘째 날인 3일 교회가 복음의 비폭력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토의했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함 패트릭 신부는 로마에서 열린 ‘비폭력과 정당한 평화 : 비폭력에 대한 가톨릭의 이해와 책무를 위한 회의’의 의미를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 직접 참가했다. “이 회의는 예수의 비폭력이 가톨릭교회의 중심에 오도록 재조정하고 비폭력과 정의로운 평화에 관한 가톨릭교회 문서(회칙) 제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하나로 생각된다.”

이 회의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와 그리스도의 평화 국제위원회(팍스 크리스티) 주최로 지난 4월 로마에서 열렸으며 아프리카, 남미와 북미, 아시아,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에서 온 평신도, 신학자, 성직자 등이 참여했다. 함 신부는 가톨릭 전통 안에서 비폭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찾고자 했던 최초의 역사적 행사라고 의미를 짚었다.

그는 분쟁 지역에 사는 참가자들이 폭력에 지쳤으며, 폭력은 효과가 없고 해답이 아니라는 진술을 반복했다며 “새로운 ‘정당한 평화’ 패러다임을 구상하기 위해 ‘정당한 전쟁’이라는 케케묵은 이론을 폐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함 신부는 1700년간 ‘정당한 전쟁론’과 ‘거룩한 전쟁이론’은 그리스도인의 전쟁참여, 십자군, 마녀사냥, 유대인과 이슬람인 박해, 노예제 유지와 폭격의 성공을 위해 축복을 내리는 것 같이 전쟁을 예방하고 제한한 것이 아니라 지지하는 것에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로마회의는 “정의로운 전쟁 따위는 없다”고 분명히 하며, “(교회가) 더 이상 정의로운 전쟁론을 사용하거나 가르치길 원하지 않으며, 전쟁과 핵무기 폐지를 꾸준히 옹호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회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비폭력 저항, 회복적 정의, 트라우마 치유, 비무장 민간 보호 등 비폭력 실천을 제안했다.

▲ 3일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비폭력과 교회를 주제로 토의하는 모습. ⓒ배선영 기자

도로시 데이 영성센터 한상봉 코디네이터도 “정당한 전쟁론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한국교회”의 사례를 들며, 군종사제 재검토 등 교회가 복음적 비폭력으로 돌아가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일본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조 또는 굴종적 침묵으로 일관했고, 공산주의를 단죄하면서 교회매체들이 ‘정당한 전쟁론’에 기대어 전쟁을 예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복음의 비폭력으로 들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우리의 죄’를 용서하려고 돌아가신 분이라기보다는 제국과 국가의 반복음적 세력에 끝까지 비폭력으로 저항하다 폭력적으로 희생당한 분임을 신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군종사제 재검토를 주장한 그는 "사제가 국방부로부터 월급을 받고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비판하며, “적어도 사제는 무기를 잡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를 ‘신자 확보의 황금어장’이라며 군종사목이 양적 성장에 몰두하는 한 군사문화를 변화시킬 복음적 태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패널들의 발표를 듣고 김용해 신부(예수회)는 교회가 정당한 전쟁론에 입각해 군종사제를 두고 군대에서 종교가 경쟁하는 것이 복음에 맞는지 돌아보고, 하느님의 힘을 전쟁에 실어 주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여 년 전 오스트리아 교회에서 군종사제 파견을 신학적으로 반성했다고 덧붙였다.

▲ 제주 강정에 있는 해군성당. 지난 5월 24일 축성식을 했다. (사진 출처 = 천주교 군종교구 홈페이지)

한편, 패널로 참여한 평신도 문하옥 씨는 어릴 때 4.3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나눴다. 그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어릴 때부터 4.3사건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장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는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개헌하려는 상황에서 일본 가톨릭교회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많은 아시아인과 일본인의 희생으로 70년간 평화로웠는데, 이에 대한 감사나 책임감이 부족해 평화헌법을 뺏기게 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일본 교회는 작지만 지금처럼 평화의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이 중요하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 마지막에 ‘비폭력평화와 교회’에 참여한 이들이 낸 성명서에는 “우리는 폭력에 참여하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오랜 세월 당연시되었던 교회의 정의로운 전쟁론은 생명력을 잃었다. 따라서 사제가 군이 되는 군종 사목의 모순을 깨달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각자 속한 성당에서 평화와 비폭력에 대한 강론 요청하기, 일본에서 평화와 화해 컨퍼런스가 열리도록 촉구하기 등 구체적 실천 행동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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