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갈등 여성들, 서로 얘기하라

(실리아 웩슬러)

책을 쓴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혼자서는 최선을 이룰 수 없는 큰일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큰 차이가 있다. 아이 낳기는 책 쓰기보다 더 재미있다. 반면에, 책은 (임신)기간이 훨씬 긴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특정한 출판일을 정해 놓고 세 나갈 수는 있다. 그렇다. 출산일을 예약해 놓고 출산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저 출산예정일이 그대로 맞기만 바랄 뿐이다.

내가 이번에 낸 책, “가톨릭 여성들 교회와 맞서다- 상처와 희망의 이야기들”은 출판일이 9월 30일이다. 정식 출간 전에 나온 서평들은 아주 호평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주간 출판>에서 나와 내 책을 다뤄 주었다!

내가 이 책을 쓰기로 한 것은 내가 내 삶의 기로에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가톨릭 신자로서 냉담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여성주의자(feminist)일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교회의 여성혐오증(misogyny, 미소지니)이 내가 신봉하는 (여성주의) 가치관들과 정면으로 부딪힌다고 여러 가지로 느꼈다. 여성의 평등, 그리고 여성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를 나는 믿었다. 이러한 가치관을 나는 내 딸에게 심어 주려고 애썼다.

내가 이 책에 담긴 연구를 시작하고 몇 주 뒤 (2013년 2월에)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죽을 때까지 교황을 한다는) 교황직에서 사임함으로써 600년 된 전통을 뒤집고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의 눈길을 끌면서 가톨릭교회에 관심이 쏟아졌고, 교회 안에서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큰 뉴스들이 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쓰려던 책이 원래 목표했던 시점에 나오면 (교황이 일으킨 변화 때문에) 막상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 새 교황은 베네딕토와는 아주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았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거지나 속에 품은 생각이나. 그래서 나는 글을 다 쓸 즈음이면 교회 안의 성차별주의(sexism) 문제가 이미 풀린 상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 문제에 관한) 교회의 논조를 바꾸었고 여성 부제의 서품과 같은 몇 가지 개혁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그가 단호히 말하는 여성주의로는 아무런 상을 받지는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남미 출신으로 78살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전히 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에 집착하고 있다. 여성을 무엇보다도 어머니로서 먼저 바라보는 여성상에 그가 아주 편안해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양육자에 우선을 둔다면 기꺼이 더 높은 지위를 주고 지도부 자리를 내어 줄 태세다.

▲ 제2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들이 연대의 손을 잡고 ‘성평등 사회를 약속해, 평화로운 세상을 약속해, 99퍼센트의 행복을 약속해’를 힘차게 외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지금여기 자료사진)

물론, 그는 여성주의에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했다.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그는 “우리가 부적절하다고 봐야만 하는 여성주의의 특정 형태들이 나타난다 해도, 우리는 여성 운동 안에서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성령께서 움직이시는 모습을 봐야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문서에서, 그는 또한 여성주의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나는 분명히 여성주의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 여성주의란 획일성을 요구하지 않고 모성을 부정하지 않는 여성주의여야 한다.”

그리고 그는 여성적 자질(genius)을 자주 찬양하는데, 이는 역대 교황들이 우리의 염색체 어딘가에서 발견한 것으로 우리에게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상냥함의 본성과 모성적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보조성”(complementarity)이라는 용어를 배웠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보완”하지만, 남성이 언제나 꼭대기에 있다는 뜻이다. 교회는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분리된 역할을 배정하고, 그 역할들은 평등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예외적인 여성들? 나는 이러한 교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찾아냈고,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심장과 영혼을 이룬다. 이들은 서로 아주 다른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교회를 보는 관점은 깜짝 놀랄 만큼 서로 일치한다.

이들은 여러 방식으로 제도교회와 싸웠고 자기 자신의 영성과 가톨릭 정체성이 그 제도교회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갈등했다. 이들은 내게, 가톨릭 신자로서 여성은 자기 자신의 양심에 바탕을 둔 윤리적 결정을 내릴 자유 의지와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가르쳐 주었다. 나는 제도교회- 더디-버크가 가톨릭주식회사라고 이름 붙인 교회-는 틀리기 쉬운 제도이며, 여전히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 그리고 동성애 혐오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제도가 실패할 때조차도 신앙이란 살아남을 수 있고 효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 갈등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가톨릭 여성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것을 보며 나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가톨릭 여성들은 서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교회 안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주제넘지 않다. 하지만 이 책으로 수많은 대화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사 원문:
http://www.huffingtonpost.com/celia-wexler/is-catholic-feminist-an-o_b_122482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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