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앞 반올림 농성 1년

삼성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천막농성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우선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의 사과와 보상, 예방대책을 요구하며 2015년 10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7일 반올림은 같은 자리에서 농성 1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9월 현재, 반올림에 제보해 온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직업병 피해 노동자는 224명이고 이중 7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백혈병, 뇌종양, 다발성 경화증 등의 질병에 걸렸다.

▲ 서울 강남역 삼성 본사 앞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농성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배선영 기자

반올림 교섭단 대표 황상기 씨(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 고 황유미 씨 아버지)는 “대화하자고 농성한 지 1년이 됐지만, 삼성은 지금까지 농성의 이유가 무엇인지 대화하자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 씨는 “삼성이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피해 노동자와 아무런 협의도 않았으면서 조정위의 권고를 다 이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 부와 권력뿐 아니라 그동안 삼성이 노동자를 병들게 하고, 노동조합을 못 만들게 한 행위들도 물려받는 것”이라며, 먼저 이런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월 27일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을 상정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 직업병 문제에는 국제단체도 나서 삼성에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제노동조합총연맹, 국제 유해물질 추방 네트워크, 아시아 초국적기업 감시 네트워크 등이 함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국제민주연대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삼성의 공급사슬은 전 세계 걸쳐 150만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어 삼성의 반노동 정책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노총은 “삼성이 기술은 현대적인데 노동조건은 중세적 기업”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들은 “삼성이 베트남에서 2013년 이후로 여학생 5만 명을 고용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다”며 “한국의 삼성 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베트남 노동자들도 LCD와 스마트폰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주6일 일한다”고 했다.

이어 반올림과 이 단체들은 “10월 27일에 있을 삼성 임시주주총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관식과도 같다”며 “책임을 다하는 경영인으로 거듭나려면 반올림과 대화를 재개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 존중을 공개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 10월 7일 반올림 농성 1년 기자회견 모습. ⓒ배선영 기자

1년간 농성장을 지켜온 이종란 노무사는 “(농성이) 길어지는 것은 삼성이 무책임하게 굴어서다. 속이 타들어간다”며, “피해자 고통이 더해지고 있어 안타깝고 하루빨리 대화가 재개돼 진심어린 사과와 배제없는 보상이 되면 좋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그는 “삼성 출입기자가 수백 명이라고 하는데 1년간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성 1년간 많은 이들이 '이어말하기'로 반올림에 연대했고, 그 내용이 "이제, 삼성이 답하라"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어말하기'에는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 꼰베뚜알 프란치스코회 서영섭 신부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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