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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이냐 사순'시기'냐?

기사승인 2017.01.04  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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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오늘은, 전례주년과 관련한 낱말들을 좀 더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절'과 '시기'가 검토해 볼 낱말들입니다. 교회 안에서 이 두 단어는 혼용되고 있습니다. 이 둘은 사전적인 뜻으로 보면 비슷한 말처럼 취급되지만 그 둘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예를 통해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좀 더 보편적인 범위에서 두 단어의 차이를 검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 통해 용어 사용에 관한 일정한 기준도 설정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자사전을 통해 "절(節)"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때"나 "시기"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순절, 부활절, 대림절, 성탄절....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면 "절"이라고  쓰여 있다고 해서 다 같은 절이 아닌 듯이 보입니다. 사순절은 어느 하루를 지시하는 것이 아닌 반면, 부활절은 부활주일 당일, 즉 사건이 벌어진 어떤 하루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대림절도 사순절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해당하는 기간이 아니지만 성탄절은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을 의미합니다.

사용례를 좀 더 확장해서, 단오절, 중추절 등과 같이 명절에 붙여진 "절"이나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제헌절 등의 기념일들을 나열해 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의 3대 축제인 과월절(Pascha), 오순절(Pentecoste), 초막절(Sukkot)에도 "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예들을 통해 볼 때 절은 일반적으로 축제나 명절에 사용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축제의 지속시간은 보통 하루, 길게는 일주일(초막절의 경우)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사순 시기는 부활대축일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한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절"의 사용례와 지속 시기를 고려해 볼 때, 사순절과 대림절은 오히려 "시기"라는 말로 바꾸어 사순 시기, 대림 시기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일주일보다 더 길게 지속되는 성탄 시기, 연중 시기, 부활 시기처럼 말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러해 온 것처럼 계속, 사순절, 대림절이라 부른다고 해서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사전적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이나 사순 시기, 대림절이나 대림 시기가 계속 혼용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사순 시기라는 말에 앞서 오히려 사순절이라는 단어가 먼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례학자 조학균 신부에 따르면, 사순절과 사순 시기의 용어는 1937년 <가톨릭 조선>에서 언급한 "봉재(封齊)"라는 표현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파악되지 않는 봉재의 뜻을 풀어 보자면, 생활을 잘 단속하여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데 힘쓰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봉재라는 표현은 1880년 한불자전에서 사순절과 사순재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1963년 이후 봉재는 사순절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보다 몇 년 앞서서, 1960년 <가톨릭 청년>에서는 사순절과 봉재라는 단어를 혼합 사용했고, 1963년에도 <경향>에 실린 정진석 신부(현 추기경)의 사순절 특강에도 앞의 두 용어가 혼용되었습니다.

이후 주교회의에서 발간된 "미사통상문"에서 '사순절 감사송'이라고 표기되었던 것이, 1992년판에서는 '사순 감사송'으로, 96년판에서는 '사순시기 감사송'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사통상문과는 달리 "미사경본총지침서"에는 1991년판까지 사순절로 사용하고 있고, 2007년판에서 사순 시기로 정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1960년부터 1980년 사이에서 '사순 시기'라는 용어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1990년 이후 사순절과 사순 시기가 혼용되어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고, '사순 시기'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제도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하겠습니다.(조학균, "사순절에서 사순시기로의 변천 안에서의 혼란" 참조)

'절'과 '시기'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혼용되고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그렇게 사용해 온 것이고, 혼용해서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사전이나 한글맞춤법통일안 등을 통해 두 단어 사이의 구분이 좀 더 명확해진다면 그때 가서 전례용어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속풀이 독자분들도 우리가 별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는 교회 용어들 중에서 개선해 봄직하다거나 논의해 볼 만한 것들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함께 다뤄 볼 수 있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종인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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