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농가에 책임 넘기고 기업만 챙겨

지난해 11월부터 조류독감(AI)으로 전국이 극심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기양계를 하고 있는 가톨릭농민회 농가는 피해를 비껴가고 있다. 

1월 1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 가톨릭농민회 16개 양계농가는 AI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공급량과 가격에 변동이 없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김세진 과장은 양계농가가 많지 않고, 공급량도 많지 않지만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아, 예정대로 판매가 되고 있으며, 우리농 내부에서도 아직은 가격인상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톨릭농민회 16개 양계농가에서 공급하는 달걀은 서울 우리농 기준으로 3000줄 내외(1줄은 10알)이고, 겨울철이라 생산량이 떨어졌지만, 1월 말 정도 다른 이유로 공급이 중단된 농가 한 곳이 생산을 시작하면 공급량은 조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 우리농은 명절 등에는 최대 6000줄까지 판다.

현재 우리농 계란 값은 서울 명동 우리농매장은 제품에 따라 10알에 3400원과 4300원이다. 시중 계란이 48퍼센트 올라 한 판(30알)에 약 84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계속 올라 1만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이번 주말 수입되는 미국산 계란 가격은 한 판에 8900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단가는 우리농 계란 한 알당 340원, 시중 계란은 280원, 수입 계란은 약 300원이다.

가톨릭농민회원, 아직 계란값 오를 이유 없어
유통구조 정상화 시급

▲ 우리농 유기계란. 우리농 매장에서 3900원 선에 판매된다. (사진 제공 =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광주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 나주에서 양계농을 하는 김경호 씨(예로니모)는 가농 농가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동물 중심의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이고 실제로 면역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닭뿐 아니라 다른 가축들도 마찬가지로 공장식 사육 등 축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구제역, AI가 거의 연례행사로 닥치고 있는데, 그때마다 살처분과 수입으로 무마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농가가 공장식 축산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료 등 연관업계의 농가 착취, 중간 유통의 마진 문제가 있다는 그는, “소규모 유정란 농가는 각자 판로가 있고, 직거래를 하지만 대량 사육하는 곳은 납품 기업과 계약한다. 그런데 가격을 두고 기업이 농가 간 경쟁을 시키니 사육비도 충당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계란뿐 아니라 모든 농산물은 유통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적절한 원가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가격대를 맞춰 놓고 유지, 지지하려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란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계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기본 120원, 130원 정도면 충분하지만, 현재 180원, 200원까지 오르는 것은 비정상이고, 유통상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병아리가 부족할 것이므로 가격을 올려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때 가서 원가 상승분만큼만 반영하면 된다. 현재는 사료값이 오른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4사분기 1일 평균 식용계란 생산량은 약 4200만 개, 하루 계란 소비량은 약 3600만 개다. 이번 살처분으로 생산량이 약 1400만 개 줄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800만 개 가량 부족한데, 현재 공급량으로도 전체 소비량의 85퍼센트는 충족된다.

계란 수입, 기업의 욕심을 정부가 뒷받침 하는 것
공장식 축산의 이유, 과도한 유통마진과 농가의 만성 적자

한편 정부가 계란 부족과 가격상승에 대비한다며 계란을 수입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다.

오는 주말 미국산 계란 164만 개(100톤)가 국내로 들어와 설 전후 시장에 풀리는 것에 대해 농업사회학자 정은정 씨(아그네스)는 실제로 국내 생산량을 볼 때,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신선란 공급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고, 현재 묶여 있는 계란이 빨리 유통될 수 있다면 수입까지는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절 전 소비자들의 동요를 막겠다며 정부가 뭔가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그는, 계란 수입의 문제는 “기업들이 난액 등 가공품 형태로 수입하는 길이 뚫렸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가공된 계란을 수입해서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 계란 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상승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저항이 적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 ‘계란 수급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계란 및 계란 가공품 등 8개 제품 9만 8600톤(신선란 3만 5000톤, 냉동전란 2만 9000톤, 냉동난백 1만 5300톤, 냉동난황 1만 2400톤 등)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신선란을 비롯해 냉동 난황, 난백, 전란 건조, 훈제, 맥반석 등을 수입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 정부가 수입한 미국산 계란은 설 전후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정은정 씨는 현재 AI가 공장식 축산 때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식 축산이 발병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장식 축산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살피면, 최종 피해자는 결국 ‘농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란값은 20년 전과 비슷하고, 개당 생산가는 약 120원이지만, 농가로부터 계란을 사들이는 매집상은 개당 90원 선에서 지불해 이미 농가는 만성 적자상태였고, 계란의 유통 마진은 53-55퍼센트에 달한다며, “농가들이 계란 저가 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농가는 결국 양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재 AI로 계란값이 개당 300원 선인데, 개인적으로 5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본다며, “물론 오른 가격이 농가 수익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전제지만, 현재 오른 가격이 오히려 합당한 계란 값이다. 농민들이 공장식 축산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민사회단체가 보다 면밀히 살피고, 이 악순환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농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정 씨는 AI사태에 대해 정부가 농가 탓, 특히 축산 농가에 많은 이주노동자 탓을 하기 시작하고, 방역 책임마저 농가에 넘기고 있다면서, “CJ, 풀무원, 하림 등 몇몇 기업들이 브랜드 계란을 판매하고 있고 그 주변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논리는 결국 축산농업의 기업화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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