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들 항소 기각, 징역 벌금형유지

밀양 주민들의 항소가 기각돼 주민들과 대책위가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창원지법은 2월 2일 2012년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던 주민 15명에 대한 2심 재판에서 주민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에서 내렸던 징역과 벌금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주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윤 아무개 씨(79)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외 8명이 징역형 10월-6월, 6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창원 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시민불복종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방어권의 표현임에 마땅하나 이것이 비폭력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주민들이 이번 사건 과정에서 경찰 및 찬성 주민에게 한 불법적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밀양 765kV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주민들은 재판이 끝나고도 1시간여 동안 재판정 앞을 떠나지 못한 채 분노하고 슬퍼했다. 한 주민은 눈물을 흘리며 “최순실이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생존권 지키는 주민들은 이리도 무참하게 짓밟는다”고 한탄했다.

주민 이남우 씨(75)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주 작은 진전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철탑 밑에서 살아가는 일이 너무 괴롭다. 그래도 우리는 재판부의 양심에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임출 씨(76)는 “찬성 주민들은 지난 설에도 쇠고기와 사과 선물세트를 돌리며 희희낙락했다. 우리는 그동안 창원을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호소했는데 헛일이다”고 말했다.

▲ 밀양 주민들은 항소가 기각되자 괴로워하며 재판정을 떠나지 못했다. (사진 제공 = 밀양 765kV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

판결에 대해 대책위는 “투쟁으로 병을 얻어 투병 중에도 재판정에 서야 했던 주민들의 사정과 밀양 송전선로 공사가 잘못된 전력 정책의 부산물이자 전형적 국가 폭력이라는 사실이 판결에 조금이라도 반영되길 기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실정법을 위반한 폭력’이라는 이유로 간단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12년째 접어드는 밀양 송전탑 저항의 과정에서 주민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며, “철탑은 모두 들어서서 전기가 흐르고, 재산권은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마을공동체는 여전히 찬성과 반대의 분열 속에서 이를 부추기는 한전의 책동, 선물과 공짜 여행, 찬성 주민들의 조롱으로 주민이 지쳐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이계삼 국장은 2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통화에서 “밀양 투쟁으로 보상법 제정 등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밀양 주민에게는 고통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에서) 투쟁의 정당성과 억울함이 제대로 소명되지 못해 답답하고 주민들도 낙심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대책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경수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시을) 주관으로 ‘밀양 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진상조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와 한전의 폭력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잘못된 에너지 관련 법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이계삼 국장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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