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현장을 찾기 전에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어요. 저라면 자신을 부당해고 하고 괴롭힌 회사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왜 10년이 넘도록 그 회사의 이름을 앞에 달고 싸우고 있을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로소 이해된 것은, 그의 싸움은 더 나은 사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고, 그 회사에 대한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졌다는 거에요.”

“삼성에게 노동자는 반도체칩보다도 못한가요? 휴대폰 영업이익이 수조 원, 평택 공장 신축 비용이 100조라는데, 그 가운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돈이 없다니. 화가 납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할거에요.”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로소 그것은 ‘나의 일’이 되었습니다.”

“농성장에서 만난 분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몸으로 쓰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노동사목 관심 연수에 참석한 신학생들이 방문한 노동 현장에서 보고 들은 소감을 나눈다.

▲ 해고된 지 2년 넘도록 싸우고 있는 동양시멘트 농성 천막을 찾은 신학생들. ⓒ정현진 기자

2월 6일부터 3일간 열리는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에 참여한 신학생들은 둘째 날인 7일, KTX 승무원 노조, 콜트콜텍 농성장, 삼성본사 앞 반올림 농성장, 광화문 동양시멘트 농성장 등 네 곳의 현장을 찾았다.

연수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신학생들은 사회현상과 문제를 책이나 사회교리만으로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듣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 사제로서 신학생들은 자신들이 살아야 할 사목의 자리, 가난의 구체적 언어와 현장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고, 이번 연수를 통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과 알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았다”고 했다.

곧 투쟁 4000일을 맞는 KTX 승무원들을 만나고 온 한 신학생은, “신학교에 오기 전부터 사회교리 강의를 듣고 공부했지만 단지 지식이었고, 연대와 인간존중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으로 머물렀다”며, “추상적 관념을 넘어 실제로 연대하기 위한 구체적 고민을 하고 싶었다. 오늘 현장을 다녀오면서 조금이나마 방향성을 잡았다”고 말했다.

“아예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봤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왜 저들이 그토록 오래, 그리고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는가”라는 의문에 “단순히 자신들의 생계가 아니라 그들이 꿈꾸는 옳은 가치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 세대에 비정규직이나 부당해고, 손배가압류라는 현실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을 스스로 찾았다.

이들은 또 “그동안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그들은 힘든 싸움을 직접 견디면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정당과 부당을 가려내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나는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 현장 방문 뒤, 각자 다녀온 현장의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눴다. 이들은 부끄러움과 분노를 토로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함께 연대할 희망을 찾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70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동양시멘트 농성장을 찾은 수원교구 신학생은 노조원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같이 학교를 다니는 원주, 춘천교구 동료들에게 그들 교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꼭 알려 줄 것이다. 스스로 공부해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것”이라며, 신학교 내 노동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한 신학생은 그동안 노동자라면 수트를 입고 서류가방을 든 단순한 모습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 안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나 해고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며,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노동, 노동자에 대해 더 깊이, 다른 면이 보인다. 타인의 아픔을 보려면 그들이 있는 현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 현장의 내용과 각자의 소감을 나눈 신학생, 부제들은 “현장 노동자들이 계속 살아가고 싸울 수 있는 건 연대와 지지의 힘이라고 한다”며, “행동의 형태는 다르더라도 알고 느끼는 것을 넘어 실천해야 한다. 힘 있는 연대를 하기 위해서 더 알리며 낮은 곳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됐으며, 한국사회 노동문제와 노동사목 관련 강의, 노동현장 방문 등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서울, 대구, 대전, 마산, 부산, 수원, 인천, 제주 등 8개 교구에서 22명의 신학생과 부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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