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51]

1.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고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과연 앞으로도 교세가 계속 하락할까, 아니면 일시적 하락을 딛고 반등하게 될까? 독자분들은 어떻게 예측하시는가? 지난 원고까지 읽어 보신 분이라면 나의 답을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짐작하시듯이 나는 이번 결과를 장기적 하락 국면의 한 단계로 본다. 앞의 원고에서 교세 감소 이유로 여러 가지를 거론하였는데,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교회가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교회 바깥 환경과 신자들은 더 빨리 변해 갈 것이다. 그러면 답은 명확하다. ‘교회는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2. 나는 십오 년 전에 수도회 성소에 대하여 비슷한 근거로 미래를 예측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성소의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약간의 감소를 경험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도 감소폭이 이전보다 컸던 터라 남녀 수도회 모두에서 이 일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다수의 수도자들은 이 일이 일시적 현상일 뿐 머잖아 반등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수도 성소는 대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고 10년 안에 수도자 총수가 정점에 이르고 이후엔 본격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 단언하였다. 물론 감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나는 영연방 국가들의 교회에서 진행된 성소 감소 상황, 그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러한 요소들이 당시 한국 사회와 교회 내 여러 영역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쇠퇴를 주장한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예측은 지난 기간 대부분 사실로 입증되었다.

3. 이때 나는 대표적인 감소 영향 요인을 ‘경제적 풍요’라 보았다. 풍요롭게 자란 세대들은 결핍을 경험한 이전 세대와 달리 종교를 대하는 동기가 덜 진지한 게 특징이다. 이 풍요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 생활 습관, 관계 방식, 교회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들을 바꿔 놓는다. 이러한 경향이 10년 이상 지속되면 이 영향이 사회의 다른 영역들에까지 미쳐 변화의 폭을 훨씬 더 넓혀 놓는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어딘가에 계속 축적되다 임계점에 이르게 되어 분출하면 눈 밝은 이들에게는 이것이 패러다임 변동으로 비치게 된다.

사실 현재 나타난 변화는 이십 년 아니 그 이전부터 교회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들의 누적, 압력의 증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출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교회는 이렇게 일어난 변화들에 수동적으로 대응해 왔다. 다른 나라 교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경험이 내게는 대부분이니 교회가 앞으로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 예측할 수밖에.

(이미지 출처 = Pixabay)

4. 신자들이 종교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절박하고 진지했는데 이제는 종교를 ‘가져 보면 좋을 것 같은 기호품’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고’. ‘가진다면 평판이 좋고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과거 불교 신자들처럼 ‘종교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 몸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어떤 종교적 행위를 하지 않아도 신자라는 자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회는 울타리를 높이 세우고 싶은데 신자들은 울타리를 자꾸 넘어트리고 아예 울타리 자체를 세우려 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는 종교를 초월하여 이렇게 생각하는 집단들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이들은 다원적이고 여러 종교를 동시에 섭렵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생각을 가진 신자들이 교회 안에도 늘어나다 보니 교세는 일정 수준을 유지해도 다른 신앙적 투신의 결과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바로 교회가 텅 비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교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살아남는다. 다만 남는 이들의 성격이 달라진다. 지금은 연령대가 비교적 다양하지만 앞으로는 노년층만 남을 것이다. 장수 사회가 되고 있으니 이들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현재보다 교세가 절반 이하로 줄고 평균 연령은 훌쩍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교회가 다양성과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되리라는 것이니 일정 교세를 유지하게 되더라도 반가워 할 현상은 아니다.

5. 교회가 초고령 사회로 변하면(머잖은 일이다) 교회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거의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교회를 좁은 집단으로 만들고, 그 때문에 신자들이 입교하지 않아 다시 더 좁아지는 악순환 과정에 들어가게 만든다. 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든다.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종교와 교회는 쇠퇴해 가는 것이다.

6. 궁극에는 신자들에게 종교의 경계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현재는 신자들의 일정 비율이 울타리와 문지기 역할을 하며 경계를 지키고 있지만, 미래에 다수는 이 역할을 자임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점차 성직자에게만 울타리가 중요하고, 평신도들에게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두 집단 사이의 간격은 벌어지고, 제도의 힘은 약화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리라는 것이 나의 예측이다.

이렇게 진행되면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현재 교세의 반토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평균 연령도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 될 것이고. 그래서 교회 운영은 물론 사목에도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무엇보다 젋은 사제들의 의욕을 많이 꺾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안 맞는 게 좋다. 아니 안 맞기를 바란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신학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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