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걸음 - 김다혜]

▲ 따스한 시쯔 성당을 나서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언덕에 일본의 유명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라는 소설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장소에 ‘침묵의 비’를 만날 수 있다. ⓒ김다혜

‘인간은 이렇게도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도 푸릅니다.’
라는 글이 적혀 있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포르투갈인 예수회 선교사 세바스티안 로드리고가 일본에 파견된 자기 스승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해 시기의 일본에 들어가 숨어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배교하기까지의 고뇌와 고통을 그리고 있다.

▲ 언덕 아래 바다에서 많은 신자가 배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으며 죽어 갔다. ⓒ김다혜

조수가 드나드는 해안가에 신자들을 묶어 두곤 머리를 제외하고 몸만 물이 적셨다가 물이 빠지면 고통이 더해지고 그렇게 며칠을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게 하는 수형이 가해진 곳.

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가지만 예전 그곳은 고통의 바다였을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어떤 힘으로 그 가혹한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찾고 저버리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 기념비에서 잠깐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바로 앞 넓은 절벽에 엔도 슈사쿠 문학 기념관이 있다. ⓒ김다혜

아까부터 마음에 가득 담긴 하나의 질문, ‘고통받는 이들 곁에는 과연 하느님이 계시는가’.

마음이 묵직하고 그런 질문을 던지게 한 작가가 조금은 불편할 때쯤.

작가의 문학관은 조용히 답을 던져 주는 듯했다.

어둡고 차분한 문학관 창문 너머 바라볼수 있는 건 푸르른 바다.

변하지 않는 듯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자세히 보면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

 

없는 듯하여 원망이 가득하지만, 결국 함께 있음을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아닐지.

푸른 바다는 그렇게 내게 조용히 답을 알려 주고 있었다.

▲ 노을 ⓒ김다혜

전에 지인이 말해 준 것이 기억났다.

엔도 슈사쿠 문학관에 가면 그날 일정을 마무리 해야 한다고. 앉아 있으면 일어설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바닷가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작은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해가 지길 기다렸다.

꼭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치 하느님께 무언가 대답을 들어야 하겠다며, 평생을 노력한 이 작가처럼.

ⓒ김다혜

 
 

김다혜(로사)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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