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삼일은 성주간에 있는 거룩한 사흘을 가리키는 말인데, 우리는 흔히 성목요일(Maundy Thursday), 성금요일(Good Friday), 성토요일(Holy Saturday)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살아 왔기에, 공동체에서 함께 지내는 선배 신부님으로부터 갑자기 성삼일이 무슨 요일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좀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쉬운 문제를 왜 내시나.... 되려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알고 지내 온대로 성목, 금, 토를 답으로 제시했습니다. 아예 모르는 내용은 아니었으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답이었습니다. 부연 설명을 제대로 달지 못했던 것입니다. 성목요일 저녁부터 부활절 새벽까지가 정확한 답이었습니다. 결국, 사흘이라고 하지만 단순하게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이렇게 요일로 구분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영어로 표현된 목, 금, 토요일만 유심히 봤어도 삼일이라는 것은 예수님이 겪었던 사건 그리고 사건의 진행 시간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시간 동안 겪으셨던 것, 곧 '수난', '죽음',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 단어들이 되었습니다.

성삼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님의 수난이 시작되는 시점인 최후의 만찬(주님만찬미사를 통해 그 뜻을 살립니다)과 발씻김 예식(세족례, Maundy)이 맨 먼저 옵니다. 이때부터 금요일에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는 시점까지가 하루가 됩니다. 그리고 주님의 시신이 무덤에 안치되어 죽음을 겪으시는 시간이 성토요일 밤을 넘어 부활절 새벽 어느 시점까지 이릅니다. 그것이 두 번째 하루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님이 부활하신 부활절(Easter Sunday) 새벽이 오고 그날 저녁까지 이렇게 사흘을 셈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전례상 공식적으로는 부활대축일 저녁기도(성무일도의 저녁기도)로 성삼일이 끝납니다.

▲ '성목요일', 시몬 우샤코프. (1685)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이렇게 성삼일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깊이 되새기도록 신자들을 안내합니다.

그런데, 성삼일 전례가 초기 교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성삼일은 4세기 말부터 발전되어 온 것으로 봅니다. 이때만 해도 성금요일과 성토요일, 그리고 부활주일로 성삼일을 지냈다고 합니다. 즉, 그리스도의 (수난이 빠진) 죽음과 부활에만 초점을 맞춰서 기념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중세에 와서는 복음서에 나타난 사건을 기념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였습니다. 이것이 성목요일이 성삼일에 포함된 계기입니다. 성삼일은 이처럼 사순시기의 절정 부분이며 부활과 이어지는 지점에서 모든 신자들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전해 줍니다.(조학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미사이야기 II", 대전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16, 180쪽 참조)

성삼일은 사순기간 사십 일 안에는 포함되지만, 의미상으로는 구분되는 기간입니다. 사순시기와 부활시기의 접점에 있는 기간이라 하겠습니다. 그만큼 특별한 시기입니다. 성삼일을 정성껏 지냄으로써 예수님께서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고 묵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경험을 기억하며, 우리가 겪는 어떠한 어려움도 그것이 지나면 부활의 기쁨을 맞이한다는 불굴의 희망을 재확인합니다.

2014년 우리 생애에 가장 슬프게 맞이했던 부활을 기억합니다. 세월호 사고의 슬픔이 너무 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고, 희생자들의 부활을 위해 부단히 기도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은 꺼지지 않은 채 빛났고, 그 빛이 이제 어둠을 거둬 내고 있습니다. 2017년의 부활은 그만큼 더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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