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낡은 핵발전소는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격납 건물이 심각하게 부식되고 있는 고리 핵발전소 3호기와 원자로 냉각재 누출로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고리 핵발전소 4호기 앞에서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의 모습. ⓒ장영식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고리 핵발전소 3호기 격납건물 내벽에 설치된 두께 6밀리미터 철판 6064곳을 점검한 결과 총 127곳에서 두께가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원자력안전위는 전체 격납건물을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잘게 쪼개 점검했으며, 현재까지 검사가 이뤄진 곳은 전체 면적의 54퍼센트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영광에 있는 한빛 핵발전소 2호기에 대해 정밀검사 중 격납건물의 철판이 부식되어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고리 핵발전소 3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에 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과정에서 격납건물 내부에 둘러싸고 있는 156개의 철판 가운데 17퍼센트인 26개 철판 127개소에서 허용치 이상의 부식을 확인한 것입니다.

핵발전소 격납건물의 철판은 방사선 누출 방지를 위한 방호시설로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고리 핵발전소 3호기에 설치된 6밀리미터 두께의 강판이 최대 1.98밀리미터까지 얇아졌습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 강판의 최소 두께는 5.4밀리미터여야 하지만, 영광의 한빛 핵발전소 2호기의 경우는 부식이 진행되다 못해 구멍이 나 버린 상태라는 것입니다. 핵발전소의 안전이 이렇게 구멍이 난 상태임에도 한수원은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중에 고리 핵발전소 4호기에서 냉각재 유출 사고가 났습니다. 한수원은 3월 28일 오전 5시 11분, 고리 핵발전소 4호기가 원자로 냉각재 누설로 멈췄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 26일부터 격납건물 배수조 수위 증가를 감지했으며, 이후 수차례 현장검증을 거쳐 27일 증기발생기 ‘A’ 수실 배수밸브에서 원자로냉각재가 누설되었음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샌 원자로냉각재의 양은 총 306리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원자로냉각재 누출은 핵발전소의 사건 사고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끊임없이 열과 방사선을 내뿜는 핵연료를 식히는 데 냉각재는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각재가 소실될 경우 스리마일, 후쿠시마와 같은 초대형 핵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나 이번 냉각재 누출 사고에 대한 처리를 보면 허술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한수원이 스스로 인정했듯이 26일 처음 격납건물 배수조 수위 증가를 감지했음에도 발전소 정지로 바로 이어지지 못하고 시간이 지났습니다. 격납건물 배수조의 수위가 올라갔다는 것은 어디선가 물이 새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27일 증기발생기 수실 배수밸브로 누설 부위가 확인되었음에도 발전소를 바로 멈추지 않고 출력 감발을 한 점 등은 한수원이 이번 누설 건을 안일하게 처리했다는 증거들입니다.

국내 핵발전소의 총체적 노후화 징조가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빛 핵발전소 1, 2호기와 한울 핵발전소 1호기, 고리 핵발전소 3호기 원자로 건물 내부 철판이 부식되고 구멍까지 뚫려 있는 것이 확인된 데 이어 고리 핵발전소 4호기 원자로 냉각재 누출과 월성 핵발전소 4호기에서 핵연료봉 추락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1980년대에 가동을 시작한 가동년수 30년이 넘은 경수로 핵발전소들과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중수로 핵발전소인 월성 핵발전소에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시 방사성 물질의 최후 방벽인 격납건물 내부 철판 부식의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빛 핵발전소 2호기를 재가동 승인을 했습니다. 1톤 가까운 1차 냉각재가 새어 나온 한울 핵발전소 5호기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핵발전소 조치 보고만 받고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한 근본 대책 없이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되고 있는 핵발전소의 재가동 승인을 해 주기 바쁜 현재의 원자력안전위원회로는 핵발전소 안전과 국민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낡은 핵발전소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고 고리 핵발전소 1호기 폐쇄에 이어 설계 수명과는 관계없이 30년 이상 가동 중인 고리와 월성, 한빛과 한울 핵발전소의 폐로 작업에 착수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공사 중인 신울진 핵발전소 1, 2호기와 신고리 핵발전소 4, 5, 6호기의 공사 중단과 백지화를 선언해야 합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목격한 독일 정부는 윤리위원회 논의 결과로 1980년대에 가동을 시작한 노후 핵발전소 7기를 한꺼번에 폐쇄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독일 사회가 합의한 적극적인 조치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글은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녹색당의 기자회견문과 성명서들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