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전통적인 유니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만 칼라의 성직자 셔츠 외에는 딱히 입는 수도복도 없고, 살아가는 방식도 내 이웃 동네 어딘가에 여럿이 함께 사는 모양새라 그런지 몇 지인들이 새삼스레 물어 왔습니다. 예수회는 수도회가 아니라 사도생활단이라면서요? 라고.

사도생활단이란 말은 어디서 들으셨을까 의아해 하면서, "아! 그게 아니고 예수회는 분명히 청빈, 정결, 순명의 서원(약속)을 발하고 살아가는 수도회"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어째 속이 시원한 답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쉽게 말해서, 수도회는 복음 삼덕에 따르는 청빈, 정결, 순명의 (수도)서원을 하는 곳이고 사도생활단은 그 서원을 하지 않는 공동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말 이런 차이밖에 없나?'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예수회도 속세에서 활동하고, 사도생활단도 재속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삶의 형태가 가시적으로 크게 차이 나는 지점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두 그룹은 교회법상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이라는 범주로 구분되는 듯하지만 봉헌생활회를 사도생활단의 상위 범주로 이해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속풀이에서는 수도회와 사도생활단이 어떻게 다른지 짚어 보고자 합니다. 우리말이든 영어든 '수도회'(Religious Order)와 '사도생활단'(Society of apostolic life)은 다른 용어로 표현되고 있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생활 형태의 면에서 볼 때 언뜻 두 범주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한번 입회하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 봉쇄수도원과는 달리,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일상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도생활단은 수도서원을 발하지 않는 봉헌 생활회의 한 축을 차지합니다.(교회법 제731조 참조) 반면에, 수도회는 수도서원을 발합니다. 사실 이것이 근본적 차이입니다. 사도생활단은, 수도서원 없이 그 단에 고유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하고, 고유한 생활 방식에 따라 형제적 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하며, 회헌(단의 헌법과 같은 규정)을 준수하여 애덕의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단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사도생활단은, 파리외방선교회, 메리놀외방전교회, 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외방선교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회의 회원들은 보통 파견된 지역에서 교구를 일구거나 이미 설립된 교구의 본당에서 사목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도회 공동체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게 되며, 경우에 따라 일정 부분 개인의 재산도 가질 수 있습니다. 교구 사제들이 그러하듯이, 청빈 서원을 하지 않습니다.

▲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도생활단 가운데 하나인 성 골롬반외방선교회의 함편익 신부가 미사 집전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그런데, 이러한 단들 중에서 청빈, 정결, 순명이라는 복음적 권고를 받아들이고 사는 그룹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적 권고가 그들의 서원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수회와 같이, 대중들과 만나는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는 수도회와 매우 흡사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도생활단에서 그 단의 회원이 복음적 권고를 약속한다고 해서 '수도자'의 신분을 획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자는 '수도회'에 소속된 회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도생활단에서 현실적으로 이 복음적 권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의 사도적 목적과 그것을 위한 규정이라 할 수 있는 회헌을 준수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수도회는 그 회원들이 (소속 회의) 고유법에 따라 종신 또는 유기로, 만기가 되면 갱신하면서, 공적 서원을 선언하고 형제적 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하는 단체로 규정됩니다.(교회법 607조 참조) 그래서 종신서원을 하기 전에는 해마다 한 차례씩 서원을 갱신하는 예식을 합니다. 유기서원기 동안에는 서원의 유효기간이 1년이라는 의미입니다. 유기는, 회원이 소속회의 고유법에 따라 살아가는 기간이 정해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기간을 교회법은 3년 이상 6년 이하로 정하고 있습니다. 유기서원 기간을 다 채워 가는 시기가 되면, 종신서원를 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식별하는 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이처럼 수도회는 유기서원과 종신서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청빈, 정결, 순명이라는 복음적 권고를 삶에서 살아 내겠노라는 서원을 중요시합니다. 예수회가 사도생활단이라면, 애초에 이런 복음적 권고를 서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하는 현실은 해마다 이 서원을 갱신한다는 사실입니다. 최종서원(예수회원들은 수련 기간을 마치고 종신서원을 하며, 타 수도회가 사용하는 '종신'이란 말 대신에 '최종'이라 부릅니다. 양성 기간을 마감한다고 해서 붙인 명칭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을 하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혹시 어떤 봉헌생활회가 수도회인지 사도생활단인지 궁금하시다면, 그 회원에게 물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16세기 이후에 창설된 다양한 그룹들의 두드러진 생활 양식이 재속성의 특성을 띠기에 그 활동만 보고 둘 사이의 구분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둘을 꼭 구분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말이지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