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표"의 재등장과 극우파 지지 논란

(안투안 드타를레)

프랑스에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난 40년의 프랑스 정치사에서 가장 이상한 선거였다는 데 폭넓게 동의한다. 프랑스의 두 주요 정당, 즉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에 해당하는 두 정당이 1차 투표에서 일찌감치 나가떨어진 것은 차치하고,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쟁이 된 초점 가운데 하나는 가톨릭 신자들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것이었는데, 이는 지난 1981년에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당선된 뒤로는 정치에서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 문제였다.

가톨릭계의 혼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선거와 프랑스교회의 지도부에 곧 비게 될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에 모호한 입장들을 내놓은 것에도 이어진다.

수십 년만에 가톨릭이 다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이 놀라운 변화를 이해하려면, 이번 주에 임기가 끝나는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했나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올랑드는 무능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개혁은 2013년에 동성혼인을 허용하는 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킨 것이었다. 중도좌파 정부와 야당인 보수세력은 의회에서의 토론에 이어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각지에서 반대 대중시위가 강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 대중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우파 가톨릭 강경파들이었고, 프랑스 주교회의는 이들을 신중히 지지했다. 이들은 “상식”(Sens Commun)이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이 조직은 프랑스의 주류 보수정당인 공화당의 공식 파트너가 되었다.

동성혼인에 대한 반대는 또한 동성커플에 의한 대리모 이용도 겨냥했는데, 이는 지금도 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상식”에 속하는 이들은 동성혼인을 허용하면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들이 대리모를 이용하는 것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대선 1차 투표에 앞서, 보수파의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은 자기는 가톨릭 신자라고 공개 선언하고, 낙태, 동성혼인, 대리모에 대한 유보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현재 교회에 다니는 가톨릭 신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함이 분명했다. 이러한 신자들은 전체 유권자의 15퍼센트 가량으로서, 여론 조사들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46퍼센트가 피용에게 투표했다. 한 대통령 후보가 가톨릭 공동체의 대변인으로 나선 것,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주제가 된 것은 처음이었다. 따라서 “상식”이 피용의 집회 준비에 중심이 되고 그의 선거운동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부패 스캔들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작은 표 차이로 낙선했다. 5월 7일에 치러진 2차 결선투표에는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파인 마린 르펜이 남았다. 르펜은 국민전선의 지도자다.

이 새로운 상황에 부딪혀 가톨릭 신자들은 곤경에 빠졌다. 이들은 피용이 당선되면 동성혼인, 동성 커플에 의한 입양, 대리모 등의 윤리적 딜레마를 명확히 정리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지난 30년간 조금씩 오른쪽으로 이동해 왔고 성 문제에 갈수록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가톨릭 공동체에게 이러한 문제들은 중요한 문제가 되어 왔다. 2차 결선투표에서 이러한 가톨릭 유권자들은 세속주의 후보로서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신중한 마크롱- 그의 부인은 고급 예수회 학교에서 여러 해 동안 프랑스어 교사로 있었음에도-을 지지할 것이냐, 아니면 낙태와 동성혼인에는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보이지만 극단적 인종주의자이며 외국인혐오증을 보이는 르펜을 지지할 것이냐 사이에 선택해야 하게 됐다.

▲ 새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이미지 출처 = NCR)

국민전선에 기울어지는 가톨릭 신자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 활동에 잘 참여하는 가톨릭 신자의 15퍼센트가 국민전선에 투표한 데 비해, 참여 정도가 덜한 신자들은 24퍼센트가 그랬고, 지난 10년 새 이 지지율은 급격히 높아졌다.

1차 투표가 끝나고 2차 투표를 기다리는 중에,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 표의 중요성과 향방에 대한 대중적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지난 2002년에 국민전선이 인종주의이며 이교적 조직이라고 반대한 바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프랑스 주교회의가 같은 입장을 명확히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들은 몹시 실망했다. 주교회의는 4월 24일 성명을 내기는 했는데, 내용이 모호해서 주교들이 어떤 후보를 선호하는지 판단하기가 불가능했다.(편집자 주- 주교회의가 지지나 반대 후보의 이름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민에 대한 환대를 강조하는 등 사실상 르펜을 반대했다는 해석도 있다.)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프랑스 기자들을 만났는데, 그는 이상하게도 조심스러웠다. 그는 “강한 우파 후보”(마린 르펜)와 “경쟁자”(마크롱)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자기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르펜에 대해 할 이야기가 그토록 없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프랑스의 관측통들은 놀랐다. 이민과 인종 문제에 대한 (이웃나라 대선 후보) 르펜의 입장은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의 교리와 완전 반대인데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프랑스 주교회의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은 프랑스 대선에서의 논쟁들이 여러 윤리적 주제에 얽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주교들은 동성혼인 합법화 당시에 거리에 나선 시위대의 규모에 크게 신경 쓰였고, 세가 불어나고 있는 가톨릭 행동주의자들과 연이 끊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교들은 분명히 바티칸에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고, 교황청은 올랑드 대통령이 게이인 사람을 주 교황청 프랑스대사로 보낸 뒤로 올랑드 정권과 불편한 관계다.

5월 7일의 투표 직전 며칠간에는 가톨릭 내부의 분열이 드러났다. 100명의 주교 가운데 6명이 국민전선을 반대한다는 공개 성명을 냈고, 그 뒤를 이어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의 세 종교가 공동성명을 냈다. 게다가 신망이 있는 가톨릭 일간지 <라크루아>도 같은 입장을 택했다. 그럼에도, 주교회의 의장인 마르세유 대교구의 조르주 퐁티에르 대주교는 가톨릭 신자들은 “자신들의 신앙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고 선언할 수 있었을 따름이다. 이러한 회피에 많은 신자들이 실망했고 <르몽드>와 <라크루아>에 비판 의견을 밝혔다.

결국 마크롱이 66 대 34로 르펜에 압도적 차이로 이겼지만, 일부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나가는 가톨릭 신자의 40퍼센트 이상이 르펜에 투표했다. 이는 가톨릭 공동체가 깊이 분열돼 있다는 뜻이다. “상식”의 많은 강경파들은 동성혼인, 낙태, 그리고 성과 생식에 관련된 모든 윤리적 문제와 관련된 자신들의 투쟁에 힘을 주기 위해 극우파에 의지한다. 일부 주교들도 이들과 견해를 같이 한다. 하지만 국민전선의 인종주의와 이주민에 대한 적대성은 교회의 교리와 어긋나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믿는 신자들도 많다.

이러한 분열이 이미 있다는 전제하에, 이 어려운 시기에 프랑스 교회를 이끌어 나갈 사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누구를 뽑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주교회의 의장은 해당 주교회의가 알아서 뽑지만, 프랑스교회의 진짜 수장은 파리 대주교인 것이 프랑스교회의 전통이다. 또한 파리 대주교는 늘 추기경으로 임명된다. 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텔레비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도 바로 파리 대주교다.

현직 파리 대주교인 앙드레 뱅 트루아 추기경은 오는 11월에 75살이 되는데, 가톨릭 교회법에는 이 나이가 되면 교황에게 사임서를 내도록 되어 있다.

(안투안 드타를레는 파리에서 일하는 언론인으로서 예수회 월간지 <에튀드>에 정기 기고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world/catholic-divisions-surface-french-presidential-el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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