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의 교회와 사회 - 54]

그동안 여러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신자들이 신앙생활에서 이탈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에는 거시 맥락에서 ‘종교 쇠퇴’를 이야기하는 세속화론에서부터 종교인 혹은 신자 개인의 심리변화를 말하는 권태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급격한 종교 외부환경의 변화와 종교 내부의 적응시도 간에 생기는 ‘지체’(lag) 현상도 이를 설명하는 이론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는 이론을 특정하지 않고 응답자들이 답한 내용만을 기준으로 냉담 원인을 살펴보겠다.

마침 2016년 말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90주년을 맞아 실시한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가 지난 3월에 발표되었기에 이를 소개한다(이하 ‘4차 조사’). 이 조사에서는 전국 3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냉담자 의식조사를 하였다. 냉담자 조사는 창간 80주년 기념 조사에 이어 두 번째였다. 냉담자는 모집단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아 엄밀한 의미의 표본조사가 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4차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1순위)를 ‘생계(직장)나 학업을 위해’(44.4퍼센트)로 들었고, 이어 ‘신앙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16.2퍼센트, ‘별 이유 없었음’ 6.7퍼센트, ‘성직자, 수도자에 대한 실망’ 5.7퍼센트, ‘가족 간 종교 갈등’ 5.4퍼센트, ‘기타’ 4.8퍼센트,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3.8퍼센트, ‘본당에 친한 교우가 없어서’ 2.9퍼센트, ‘본당 교우와의 갈등’ 2.5퍼센트, ‘종교는 다 같다고 생각해서’ 1.9퍼센트, ‘교리나 가르침이 합리적이지 않아서’, ‘금전적 부담’, ‘다른 종교로 옮기기 위해’ 각각 0.6퍼센트, ‘군에서 영세했는데 마음이 없어져서’, ‘교회가 제 역할을 못 해서’, ‘교회의 사회참여 활동이 못마땅해서’ 각각 0.3퍼센트 순으로 답하였다.(표 1 참조)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1+2순위 합계)에서도 ‘생계(직장)나 학업을 위해’가 47.3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별 이유 없었음’ 33.7퍼센트, ‘신앙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23.8퍼센트,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18.1퍼센트, ‘기타’ 12.7퍼센트, ‘성직자, 수도자에 대한 실망’ 9.5퍼센트, ‘교회의 가르침대로 못 살 것 같아서’ 7.0퍼센트, ‘본당에 친한 교우가 없어서’ 6.7퍼센트, ‘가족 간 종교 갈등’ 6.3퍼센트, ‘본당 교우와의 갈등’, ‘교리나 가르침이 합리적이지 않아서’ 각각 4.4퍼센트, ‘종교는 다 같다고 생각해서’ 4.1퍼센트, ‘교회의 사회참여 활동이 못마땅해서’ 2.2퍼센트, ‘금전적 부담’ 1.3퍼센트, ‘교회가 너무 부유해서’ 1.0퍼센트, ‘다른 종파로 옮기기 위해’, ‘교회가 제 역할을 못 해서’, ‘군에서 영세했는데 마음이 없어져서’ 각각 0.6퍼센트 순으로 답하였다.(표 1 참조) 

 
응답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자신들이 냉담하게 되었다고 답하였다. 하나만 고르는 질문이었으니 대표 원인으로 지목한 경우에도 당연히 다른 부차 요인들이 작용하였을 터이다. ‘기타’ 비율이 높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3차 조사’에 비해 원인에 해당하는 범주들을 ‘4차 조사’에서는 두 배 가까이 늘렸음에도 여전히 다 담을 수 없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두 가지를 고르게 했을 때가 하나만 고르게 했을 때보다 원인에 해당하는 가짓수가 더 많아졌다. 아마도 가짓수를 늘릴수록 원인도 더 다양해질 것이다.

이 조사의 응답자들은 천주교를 떠날 의사가 적었다. 천주교에 대한 호의나 소속감이 여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신자들이 지속해서 회두를 권유했는데도 신앙생활을 재개하지 않았고, 평균 냉담 기간도 9.1년이나 되어 앞으로도 신앙생활을 재개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이 결과는 조사에 기꺼이 협조하고, 신앙생활 재개 의사를 밝힐 만큼의 호의와 성의를 가진 이들의 답변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완전 이탈자가 아니라 천주교 소속은 유지하면서 신자의 의무는 다하지 않는 부류에 속한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하나 더 확인할 수 있는데,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도 여전히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비율이 높은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는 ‘비교적 동의하는 편’ 36.6퍼센트, ‘적극 동의’ 29.7퍼센트로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도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66.3퍼센트나 되었다.

반면 이 주장에 ‘반대’하는 비율은 11.1퍼센트(‘다소 반대하는 편’ 7.8퍼센트 + ‘절대 반대’ 3.3퍼센트)에 불과하였다.(표 2참조) 이는 천주교 신자들이 ‘탈 제도적 종교성’이 강하다는 사실, 즉 ‘소속감’ 혹은 ‘교단 충성도’가 낮음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이들이 오래 쉬고 있음에도 왜 소속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가톨릭 신자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아마도 이들이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서는 신자라 답하고, 성당에는 나타나지 않는 ‘소속은 유지하면서 냉담하는 신자’일 것이다.(계속)

 

*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나는 이번 학기 북한학을 공부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하였다. 입학을 결정했을 때, 이미 학위가 있는데 다시 학위과정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충심 어린 조언을 많이 들었다. 고마운 말씀이다.

그런데 사실 관심만 가지고는 공부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일단 지르면 어떻게든 공부를 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에 이번에도 일단 질렀다. 막상 지르고 보니 학기 초에 너무 힘들고 바빴다. 2주에 한 번 쓰는 글의 리듬도 깨졌다. 두 달여가 지난 요즘에서야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하다. 아직도 온전하진 않다. 점차 이전 리듬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글을 재개하는 것도 이 리듬을 찾기 위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기다려 주시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신학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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