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도 근본주의 확산

사우디아라비아가 방글라데시에 이슬람사원 560군데를 짓는 자금으로 107억 달러를 쓴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이 자금이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에 이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일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수니파 이슬람인이 인구의 다수이지만 종교적 다원주의와 세속주의 문화를 갖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이슬람인 대부분은 수니파 가운데서도 가장 전통이 오랜 하나피파, 그리고 신비주의인 수피파에 속한다.

방글라데시 헌법은 세속주의를 네 가지 건국원칙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으면서도 이슬람을 국교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1975-90년 사이의 군부정권 시절에 헌법이 불법으로 개정된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헌법은 모든 종교에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방글라데시에서는 종교 근본주의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2013년 이후로 강경파들이 46명을 죽였는데, 무신론자 저술가, 출판업자, 인문학자, 외국인, 그리고 소수종교나 소수민족 구성원들이었다.

이른바 “이슬람국가”(IS)라는 극악한 이념조직 외에도 이들 강경파들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부추기는 근본주의 이슬람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많은 이가 믿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중에서도 극단적인 와하비파와 살라프파로 악명 높다.

그동안 사우디의 영향력과 돈은 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주의 운동을 성장시켰다. 방글라데시와 사우디의 관계는 1971년에 있었던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의 독립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뒤, 방글라데시는 사우디와 같은 주요 이슬람국가로부터 국가 인정을 받으려 필사적이었다. 경제를 부흥시키고 노동력을 수출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사우디에는 약 200만 명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일하며 해마다 수십억 달러의 돈을 보내고 있다. 인구의 1/3이 빈곤 상태인 방글라데시의 경제에 이 돈은 아주 중요하다. 사우디는 방글라데시에 노동시장을 열어 준 대신에 방글라데시에 근본주의를 수출하고 부추길 수 있도록 허용받았다.

1970년대 말부터 사우디는 수천 개의 근본주의 사원과 이슬람 학교를 짓는 데 돈을 댔다. 현재 근본주의 이슬람 단체들의 연합체인 헤파자트-에-이슬람은 1만 4000개의 사원과 학교를 통할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140만 명의 학생이 아무런 국가 감독 없이 이슬람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사원과 학교가 근본주의의 온상이다.

방글라데시 평화안보학연구소 소장인 무니루자만 소장은 “사우디가 와하비 이슬람을 부추긴다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지만, 방글라데시의 경제 여건은 변했다. 사람들은 사우디가 사원을 짓는 데 돈을 대는 것을 정부가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진짜 그게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퇴역 장군인 그는 “군사 지배자들은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굳혔고, 사우디는 이것을 틈타 근본주의 사원과 학교에 돈을 댔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또한 방글라데시의 이슬람주의 정당들을 후원한다. 자마트-에-이슬라미 당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국법과 같이 적용하고 쿠란에 나오는 처벌을 실행하려는 것이 정당의 목표다. 방글라데시 여성 중에 검은 부르카를 입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에도 사우디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고 보인다.

사우디가 근본주의와 연계돼 있음에도 방글라데시인들은 사우디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 세계 전체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곳으로서 이들 성지의 수호자로 여겨지므로, 때로는 “이슬람의 보호자”로 불리기도 한다.

무니루자만은 “사람들은 그래서 사우디를 좋게 본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세속주의임에도 사우디가 기부금이든 보조금이든 투자든 뭐든 제안하면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고 자유주의적인 일부 이슬람인들, 그리고 지식인과 소수 종교인들은 사우디의 영향이 방글라데시의 세속주의 문화와 국가 정체성에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방글라데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게르바스 로자리오 주교는 “사우디가 근본주의적 와하비 이념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역할에 동조하는 이들은 그것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근본주의 이슬람은 폭력에 기름을 붓고 수천 년간 발전해 온 종교 화합에 반대한다.”
“사우디의 영향력은 방글라데시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줬다. 이제 우리는 사우디 자금이 우리의 종교적 관용과 화합, 그리고 세속주의 문화에 안녕을 고하는 뜻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이슬람 사원 (사진 출처 = <아시아가톨릭뉴스> )

최근 사우디의 고위관리들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하자 이 부자 나라가 방글라데시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2016년 3월에 사우디의 아델 알 주베이르 외교장관은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다. 사우디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이었다. 이때 그는 사우디 국왕이 2017년에 방글라데시를 방문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 5월 둘째 주에는 사우디 국회의장과 정보문화장관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고 두 나라 사이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월 20일에는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우디로 가서 사우디가 주도하는 반테러 연합의 일원으로서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그의 대통령 취임 뒤 첫 해외 방문 자리였다.

방글라데시의 영자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때 하시나 총리는 사우디 국왕의 방글라데시 방문을 요청한 것 같으며, 사우디 왕이 방문한다면 50-100억 달러의 투자와 보조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관측통들은 “투자와 보조금”은 방글라데시가 사우디 주도의 반 테러 연합에 가담하고 메카와 메디나의 성지를 보호할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약속한 대가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공격을 걱정하고 있는데, 이란은 방글라데시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무니루자만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군사연합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도 하고 방글라데시가 이익을 볼지 손해를 볼지 뭐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데, 사우디에 수백만 명이나 가서 일하고 있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불행히도, 방글라데시는 사우디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내면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협력기구(GCC)의 다른 회원국들로부터도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에 열심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사 원문 :  http://www.ucanews.com/news/how-saudi-arabia-finances-radical-islam-in-bangladesh/79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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