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 변호사, “소수자 차별 없어야 사회 전체가 건강"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성소수자를 강연자로 초청해 신자들이 소수자를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6월 7일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봉헌된 월례수요미사 ‘사람’에 인권변호사 한가람 씨가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한가람 씨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변호사로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한가람 씨는 차별과 혐오가 소수자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며 평등하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모두가 건강하다고 했다. 참석자 중에는 성소수자를 처음 만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 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소수자로서의 삶을 재밌고 솔직하게 풀어가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공감이 형성됐다.

김현숙(카타리나) 씨는 “(강연이) 딱딱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 성소수자를 접한 적이 없고, 멀리 있다고만 느꼈는데, 많이 배웠다”고 강연을 들은 소감을 말했다.

한 씨는 40년간 같이 산 여고 동창, 군대에서 성소수자가 성폭력 피해를 받고도 처벌받은 병사의 사례를 나누며 혐오와 차별이 어떤 비극과 상처를 낳는지 설명했다.

40년간 동거했던 ㄱ씨가 암으로 입원했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 없었던 ㄴ씨. 그는 ㄱ씨의 조카에게 연락했다. ㄱ씨는 직장생활을, ㄴ씨는 전업주부로 살아 집과 예금이 모두 ㄱ씨 명의였는데, 조카는 예금과 집을 쓰지 못하게 했고, ㄴ씨가 패물을 챙기자 절도죄로 신고했다. ㄴ씨는 같이 살던 아파트 복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연을 들은 참여자들은 안타까움에 탄식하는 소리를 냈다. 한 병사가 성폭력을 당하고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전과자가 된 일을 듣고도 마찬가지였다. 이 병사가 처벌의 대상이 된 이유는 군형법 92조 6항 때문인데, 얼마 전 육군에서 표적수사의 대상이 돼 색출당한 성소수자 대위도 이 법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군형법상 추행죄인 제92조 6항. 여기서의 추행은 동성애를 말한다. 한가람 씨를 비롯해 인권단체 등은 10년 넘게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이 법을 처음 만들었던 나라는 모두 법을 폐지했고, 인권침해라는 지적에도 한국은 여전히 법을 바꾸지 않고 있다.

▲ 6월 7일 인천교구 월례수요미사 '사람'에서 한가람 변호사가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배선영 기자

서울대 학생회가 건 성소수자의 입학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다음 날 찢겨진 사진을 보면서도 참여자들은 성소수자들이 받은 상처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 씨는 성소수자로 자신의 삶과 가족에게 커밍아웃한 경험 등을 나눴다. 또 동성결혼을 제도화하는 것이 성소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동성애를 합법화했을 때 십대 성소수자의 자살률이 줄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이 수명이 짧다는 통계 등을 통해 평등, 존엄,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모두가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에서 커밍아웃(성소수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것)을 했을 때 어떻게 대할지도 설명했다. 그는 털어놓기까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여전히 가족이고 친구라는 울타리가 되어 주고, 그들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현숙 씨는 “성소수자가 2-5퍼센트라고 하니, 언젠가 주변의 커밍아웃을 겪을 수도 있을 텐데, 이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또 강사의 솔직한 경험을 듣고 “그가 잘 극복하고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가톨릭 교리 상 동성애를 죄로 여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는 “교회도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윤길중 씨(비오)는 “TV와 인터넷 기사로 성소수자가 시위하는 것을 봤는데 나도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며 강연을 듣고 편견이 없어졌다고 했다.

월례수요미사 ‘사람’은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주최로 매달 첫 주 수요일에 있다. 다음 달 7월 5일에는 인디언플롯을 연주하는 ‘봄눈별’의 강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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