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덜 호전적인 생명학술원 원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교황청 생명학술원의 새 위원 45명을 임명했다.

새로 임명된 이들을 살펴보면, 교황은 생명학술원의 친생명(pro-life) 주장에 재갈을 물릴 생각은 없지만, 전에 비해 덜 호전적인 조직을 원하고 있다.

새 위원들에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들도 포함돼 있다. 다른 종파의 그리스도인, 비그리스도인, 무종교인.
생명학술원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만든 것으로 그간 교회 안에서 피임, 낙태, 안락사를 반대하는 주장의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해 왔으나, 지난 몇 년 중에는 학술원 지도부의 언행에 공개 반박하는 등의 행태도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현 학술원장인 빈센초 팔리아 대주교가 만든 새 회칙에 따라 기존 위원 전원이 해임됐다. 그리고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위원들을 임명한 것이다.

교황청에는 모두 9개의 학술원이 있는데, 대체로 대외적 활동이 부각되기보다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의사결정 권한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는 생명 문제를 놓고 논쟁이 심한데다 이 논쟁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역할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황청을 지켜보는 이들은 생명학술원에서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본다.

그리고 근래 일부 학술회원들은 교회의 친-생명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이를 되돌리기 위해 강력한 행동에 나서곤 했다.

2009년에 브라질에서 한 9살 난 소녀가 계부에게 강간당해 임신한 뒤 낙태 수술을 해 준 의사를 두고 한 브라질 주교가 그 의사는 파문됐다고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생명학술원장이던 살바토레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가 한 글에서 이 주교를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당시 학술원 위원 46명 가운데 27명이 피시켈라 대주교에게 공개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피시켈라 대주교가 그 글에서 낙태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잘못” 표현했다며 이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2012년에는 불임에 관한 한 회의에서 일부 발표자들이 시험관 아기에 호의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이들 가운데 일부가 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시험관 아기를 공식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 위원이 되려면 교회의 교도권에 맞게 생명을 옹호하겠다고 약속하는 문장에 서명해야 했던 학술원 회칙 조항을 삭제하기로 팔리아 대주교가 결정한 데 일부 위원들이 반대했다.

▲ 4 월 5 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청중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CRUX)

이번 발표에서는 이러한 봉기의 지도자 일부가 빠져 있었다. 베네수엘라인으로서 미국에 살고 있는 크리스틴 데마르셀루스 볼메르 등.

이로 볼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학술원 위원은 지도부에 대한 공개 항의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학술원이 전반적으로는 덜 전투적 입장을 취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새 위원들 가운데에는 그간 친-생명 운동에 열성적이던 여럿이 임명됐다. 콜럼버스 기사단의 칼 앤더슨,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교구의 빌렘 에이크 추기경, 호주 시드니 대교구의 앤서니 피셔 대주교 등.
앤더슨은 13일 “나는 각 개인의 존엄과 생명권에 대한 적절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고 올바른 인간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생명학술원과 더불어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가톨릭 교계제도의 원로급 인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친-생명 입장을 갖고 있는 카를로 카파라 추기경(볼로냐 대교구) 등도 임명했다.

그럼에도 이전 위원 일부는 지금의 흐름을 불안해 할 것 같다.

그럼에도 팔리아 대주교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임명으로 가톨릭교회와 세계는 “인간 생명, 특히 가장 약하고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생명에 봉사하는 데 깊고 현명한 비전”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팔리아 대주교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2년에 교황청 가정평의회 의장으로 임명했으며, 지난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기구 개혁에 따라 가정평의회가 평신도가정생명 부서로 통합되면서 새로이 생명학술원 원장에 임명됐다.

기사 원문: https://cruxnow.com/vatican/2017/06/13/pope-francis-overhauls-vaticans-pro-life-beach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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