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심위, 문화재청 결정 뒤집어

문화재청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됐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6월 15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문화재현상변경허가 거부 취소청구를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재위원회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거부한 것이 부당하다는 결정이다.

지난해 말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이 문화재법상 천연보호구역으로 산양 서식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케이블카 사업을 거부했다. 그러나 양양군은 이에 불복하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중앙행정심판위는 “문화재위원회가 현상변경허가 거부 처분을 하면서 보존과 관리 측면에 치중해 활용적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재량권을 잘못 행사했다”며 결정을 뒤집었다.

그러나 이같은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그동안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해 왔던 환경단체와 양양군 주민, 종교계 등은 “오히려 행심위의 결정이 월권이며, 비전문적, 비상식적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반대해 왔던 양양군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15일 중앙행심위의 문화재청 결정 취소 결정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중앙행심위의 행보는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할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환경적폐 용인한 것”

16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한국환경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불허는 하나의 개발사업을 막은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 나아가 민주주의 가치를 바로 세운 것이었다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이 최고 국정과제여야 할 문재인 정부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의 환경적폐를 용인하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지난 정부에나 어울리는 결정”이라며, “문화재 보존과 관리, 활용 정도는 문화재위원회 고유 권한이며, 100여 개의 등산로가 있는 설악산의 활용은 이미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환경부의 책임이 남았다. 환경부에 본연의 책임을 다하라고 엄중하게 경고하며, 양양군 지역 주민들이 설악산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자산인지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변 최재영 변호사는 “케이블카 사업은 일반 행정이 아니라 문화재 보호와 관련된 전문적 영역이며, 문화재보호의 기본 원칙은 현상유지, 보존”이라며, “이는 단순히 효율, 경제성, 일부 찬성 주민의 요구에 따라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성도 자격도 없는 중앙행정심판위가 함부로 취소할 문제가 아니다. 확신이 없다면 법원을 통해 해결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반드시 문화재현상 변경허가를 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이 재심사를 통해 보류할 수 있다. 또 내정된 환경부 장관은 취임 뒤 이 결정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앙행심위 결정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만난 사실을 두고, 지난 정권의 적폐는 각 기관의 고유한 권한을 침범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정권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을 우려한다. 잘못된 권력을 등에 업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일이 있다면 그 대상이 누구든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적, 행정적 절차 등을 통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며, 가장 우선은 환경부 장,차관 내정자들의 입장을 확인한 뒤, 그 입장을 토대로 고민하고 구체적 계획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 천주교는 그동안 꾸준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 취소를 요구해 왔다. 2016년 8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그에 앞선 2015년 7월 27일에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가 8개 천주교 환경단체와 설악산을 비롯한 자연공원 케이블카 사업 반대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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