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르면서 보니 이번 주말은 더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연중 주간에 들어가 있지만 주님 수난과 부활에 대한 성서 전승에 따라 달의 주기로 정해지는 구원사 흐름에 연결되어 있는 예수성심, 성모성심 축일과 역시 성서 전승에 따라 정해지지만 태양의 흐름에 따르는 두 전환점 중 하나, 하지에 근접한 세례자 요한의 탄생 축일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전례력 안에서 태양력과 태음력의 교차, 그리고 그렇게 정해지기까지의 의미들이 삶의 깊이로 경이롭게 전해진다.

전례력에서 탄생을 축하하는 세 개의 축일 중 하나,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났다는 기록에 따라 수태고지 3개월 후, 성탄 6개월 전에 자리 잡은 축일. "그분은 커지시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는 세례자 요한의 고백에 따라, 그리스도의 탄생과 함께 태양의 흐름에서 그 영향이 점차 커지고 점차 작아지는 두 전환점에 대비되어 자리 잡고 있어서 '한여름의 성탄 축제'라고 불리기도 했다. 태양이신 그리스도의 빛이 더더욱 커지도록 자신이 작아질 것을 의식하고 노력하는 시간.... 주님이 인정하셨듯이 그는 인간으로서 누구보다 가장 큰 사람이지만(마태 11,11) 그 자신의 고백과 가리킴처럼 하느님의 은총으로 진정한 사랑과 자
비의 열정이 자라는 만큼 인간과 창조물의 약함, 이기적 욕구의 지배가 줄고 하느님이 온전히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 되시는 완전한 하느님의 집을 이루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

▲ '저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그리고 그리스도교 전래 이전부터 있었던 태양의 축제, 생명과 풍요, 건강을 위한 힘을 기원하고 축복했던 빛과 불의 축제 풍습들을 세례자 요한 축일에 연결해서 믿음의 뜻을 새기며 그 의미를 살아가도록 하는 신앙 풍습으로 토착화하였다.

유럽 중남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요한의 불', 태양이 떠오르기 전 어둠 속에서 질병과 죽음, 악의 어둠을 이기는 힘을 기원하는 불 바퀴를 굴리고 장작불을 지펴, 이 시기에 피어난 약초와 풀들로(보통 7가지 꽃과 풀) 작은 꽃다발과 화관으로 아름답게 가꾸고 그 둘레를 돌아가며 춤춘다. 요한의 가죽띠처럼 쑥으로 엮어 허리띠를 만들어 띠고 춤을 추다가 요한의 불에 던져 태우기도 한다. 우리 모기불처럼.... 지치지 않고 축제를 할 수 있는 힘으로 쑥을 생각했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 시기에 피어나는 약초들의 특징을 보아 요한의 풀, 요한의 열매로 이름 붙여 일상의 삶에서 믿음에 연결해 생각했다는 점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요르단 강물로 세례를 주었던 것을 기리며 수원이 되는 곳과 하천을 축복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어둠과 악의 세력을 막고 생명의 힘, 혼인의 결합과 생명의 탄생, 건강과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 등 축복의 기원에 연결되어 있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창조물들과의 밀접한 관계 안에서 이들을 축복하고, 일상의 삶 안에서 하나하나 하느님의 길을 가리키는 뜻을 담아 살피고 축제를 지냈다. 요즘처럼 가뭄에, 강물 오염, 유전자 조작 식품의 문제들이 심각한 때에 더더욱 이 풍습과 전례의 뜻을 깊이 돌아보게 된다.

▲ 요한의 열매와 요한의 날 꽃다발 및 화관을 쓴 여인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그리고 성령 강림 뒤 세 번째 금요일, 두 번째 목요일인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나 그 다음 금요일인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 지난 회에 나눈 것처럼 세상 구원을 위해 흘리신 피를 묵상하며 시작된 예수 성심 축일에도 지역에 따라 불수레를 굴린다. 돌아서는 이가 많을수록, 악이 커질수록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이 더 뜨겁게 커진다는 성심을 기리는 것은 "저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는 세례자 요한의 고백과 맞닿아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여는 말씀이며 모토가 되기도 한 이 말씀처럼 우리 마음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열정적으로 타오르며 다그칠수록, 그 불길이 뜨겁고 커질수록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하려는 것이 줄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온전히 그리스도의 뜻을 향하는 부분이 커질 것이다. 예수 성심 축일이 사제 성화의 날이기도 하지만 사제직의 소명을 또한 지고 있는 우리 평신도들에게도 이웃과 자연, 모든 창조물들의 구원을 바라시는 뜻을 담고 있는 이날의 풍습들은 날카롭게 우리의 신앙을 바라보게 한다. "당신은 커지시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는 것을 이끌어 가며 우리 안에서 우리를 다그치는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이 향하는 곳들을....

▲ 태양이 뜨기 전에 요한의 불을 둘러싸고 춤춘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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