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우 신부가 제주교구 부교구장주교에, 구요비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됐다.

▲ 문창우 신부 (사진 출처 = 신성여자중학교 홈페이지)
문창우 주교는 신학, 사회학, 종교학을 두루 공부한 학자일 뿐 아니라 행정 경험도 많다. 구요비 신부는 겸손하고 청빈한 본당 사제로서 부유한 서울대교구의 4번째 보좌주교가 됐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28일 오후 7시(로마 시각 낮 12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창우 신부(비오, 54)와 구요비 신부(욥, 66)를 각각 주교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제주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된 문창우 주교는 1963년에 태어났으며 1996년 사제품을 받았다. 1996년 광주가톨릭대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7년 제주대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14년에 서강대에서 종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부교구장 주교는 보좌주교와 달리 현재의 교구장주교가 죽거나 은퇴하면 곧바로 교구장직을 승계할 권리가 있다. 대통령-부통령 관계와 같다.

문 주교는 1996년부터 서문 본당, 중앙 본당 보좌를 거쳐 1998년부터 2년간 중문 본당 주임신부로 일했다. 2000-06년 제주교구 교육국장을 지내고, 그 뒤 2016년까지 광주가톨릭대에서 교수와 영성지도를 맡았다. 2016년부터는 제주 신성여자중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학자인 그는 2004년에 쓴 "4.3의 역사와 신학적 모색"이라는 논문에서 제주 4.3사건(1948-54)에 대해 살피며, "교회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나라를 향한 순례의 길을 걷고 있기에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관점을 밝히고, "역사와 민족에 무관심한 교회는 결코 복음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주교구는 제3대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71)가 2002년부터 15년 동안 이끌고 있다. 신자 수는 2016년말 현재 7만 7436명, 교구 신부는 49명이며 본당 27개, 공소 8개가 있다.

▲ 구요비 신부 (사진 출처 = 묵동 성당 30년 발자취 홈페이지 중 본당 출신 사제 목록)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구요비 주교는 1951년에 태어났다. 1981년에 사제품을 받은 뒤 그 해 프라도 사제회에 들어가 지금까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프라도사제회는 ‘가난한 사제’가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모인 재속 사제회로 "수도회"는 아니다. 즉, 청빈 서원을 하는 수도회와 달리 교구 소속 사제는 청빈의 의무가 없지만 개별적으로 청빈한 삶을 살고자 하는 교구 사제들의 모임이다.

구요비 주교는  이문동 본당, 신당동 본당 보좌를 거쳐 구로1동 본당 주임신부를 지냈다. 1990-92년에는 서울대교구 노동장년회 담당, 상계동 본당 주임신부로 일했으며, 1993-98년에는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 담당, 종로 본당 주임신부와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부장을 지냈다. 2007-13년까지는 프라도 사제회 한국지부 책임자이자 프라도 사제회 국제평의회 위원이었다. 2013년부터 포이동 본당 주임신부로 일했다.

서울대교구는 염수정 추기경이 2012년에 교구장이 된 뒤, 보좌주교로 2013년 유경촌 주교, 정순택 주교, 2015년 손희송 주교를 임명한 데 이어 올해 구요비 주교가 임명됨으로써 염수정 추기경을 머리로 하는 주교진 정비가 마무리되었다.

서울대교구는 보수적 신학자로서 엄정한 성품인 손 주교가 교구총대리, 유 주교가 사회사목 담당, 수도회 출신인 정 주교가 수도회 담당인 가운데, 이번에 온유하고 청빈하며 사목에 헌신적인 구요비 주교가 사목자로서 본당 사제들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이 "양떼들의 냄새를 풍기는 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구 신부는 한국에서 그러한 모습에 가장 가까운 사제 가운데 하나다.

문창우 주교와 구요비 주교 임명으로 한국 천주교의 주교는 42명(추기경 2명, 대주교 5명, 주교 35명)이 됐다. 현직 주교는 27명(추기경 1명, 대주교 2명, 주교 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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