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독서를 하러 제단에 오를 때, 정확히 어디를 향해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전에도 들었던 질문이었는데 다른 질문부터 다루다 보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에 다시 듣고 보니 이번엔 다뤄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아무튼, 제단의 어디를 보고 절을 해야 하는가? 본당에서 전례 봉사를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십자가, 감실, 제대, 독서대, 주례 사제 등 제단 위에 있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를 제시하며 소소한 논쟁 거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제단은, 위에서 언급된 대상들이 위치하는 공간입니다. 성당에 들어가서 보시면 시각적으로 신자들이 앉는 공간보다 높게 설정된 곳입니다. 이렇게 높여진 공간의 중앙에 제대가 놓이고 그 옆으로 독서대, 제대의 뒤편으로 감실이 있으며, 제대 뒤편 위로 십자고상이 매달려 있는 게 일반적인 제단의 구성입니다.

제단 위 구성물들에 대해 우리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들에 대해 정성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치를 통해서도 시각적으로도 구분할 수 있듯이, 제단의 중심에 제대가 있다는 사실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미사의 중심이 제대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제대는 미사전례를 거행할 때, 특히 성찬례 때,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성변화의 장소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성찬례를 제정하셨던 최후 만찬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오늘날까지 반복되고 있으며,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대는 예수님에 관한 추억을 되살리는 하나의 상징물로서 우리는 제대를 통해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조학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미사이야기 II", 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6, 50-51쪽 참조)

▲ 제단은 성당 앞쪽에 신자석보다 높인 공간이며, 그 중앙에 제대, 옆으로 독서대, 제대 뒤편에 감실이 있다. ⓒ왕기리 기자

따라서 제단에 오를 때는, 미사의 중심이자 예수님을 상징하는 제대를 향해 절하는 것이 그 의미에 부합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의미상 절대 뒤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그것이 감실입니다. 감실에는 그리스도의 성체가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미사라는 전례의 중심에, 성당이라는 건축의 중심에는 제대가 우선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있게 봐야 합니다. 감실은 성체가 모셔져 있긴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우선, 개인 사정으로 인해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성체를 별도로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또한 미사때 남은 성체를 보관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즉, 성찬례가 거행되어야지 감실의 기능이 유지된다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감실은 따라서, 성체가 모셔진 곳이기에 예를 갖춰야 할 대상(특히 성체조배 때)이라고 해도 적어도 미사 전례를 전제로 할 때는 제대가 그 모든 의미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신자께서는 제단에 오를 때, 주례 사제에게 인사를 해야 하지 않는가 하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정쩡하게 주례 사제를 향하는 것도 아니고 제대를 향하는 것도 아닌 어떤 곳을 바라보며 절을 하는 분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는 그냥 미사 전례에 충실하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주례 사제와는 미사 뒤에 인사 나눌 시간이 있지 않나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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