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생산 메커니즘에 대한 전반적 성찰 필요

살충제 계란 검출 사태를 두고 정부가 발 빠른 대처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농가에 대한 관리, 감독의 1차적 책임은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가 최소한 지난해부터 계란이 살충제 성분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고, 일부 검출을 확인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먼저 2016년 8월 17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대한양계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살충제 목록과 사용법 등을 게재했고, 취재진에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승인 약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살충제가 닭 체내와 계란에 잔류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검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소비자연구원은 올해 4월 ‘유통 계란의 농약 검출 실태 및 대책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그 결과물을 정부에 보고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당시 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한국소비자연구원은 자문위원을 통해 2017년 1월부터 2월까지 김천, 수원, 용인, 천안 등 5시 지역에서 계란을 구입해 잔류 농약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산 계란 2개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연구원은 이 결과와 토론회 내용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당시 식약처나 농식품부는 실험계획과 모니터링 계획을 갖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13일 취임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8월 10일 첫 기자회견에서 “국내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네덜란드산 달걀과 닭고기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를 약 일주일간 모니터링 했지만 검출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정부, 살충제 약품 강력하게 금지한 적 있나

이 때문에 농업사회학자 정은정 씨(아그네스)는 “농식품부의 직무유기가 가장 큰 문제”라며, “살충제 검출은 예고된 인재다. 축산농가, 특히 친환경 농가에 대한 관리, 지도의 의무가 있는 정부 기관에서 금지 약품에 대해 강력하게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린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식약처 대변인은 1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식약처에서 약품 성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며, “(쓰면 안 되는 약품을 알리기보다는) 닭의 경우 진드기를 제거하는 데 쓸 수 있는 약품 리스트가 있다. 그것을 주로 알려 왔고 피프로닐 성분이 든 것은 그 리스트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정부에서 검증한 리스트 외에 이미 농가가 실제 쓰고 있는 약품과 그 성분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식약처는 역으로 성분을 추적하지 않았다면서, “그보다는 쓸 수 있는 약품 리스트를 알리고 철저하게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약품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농가가 허용된 약품만 쓸 수 있도록 포지티브 시스템이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현재 피프로닐 등을 포함해 27종에 대해 잔류 성분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부 개선이 아닌 종합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가톨릭농민회가 유기농법으로 생산하는 농산물을 팔고 있는 우리농 매장. 하지만 여전히 생명농산물은 '가격'의 벽을 넘기 어렵다. ⓒ정현진 기자

식품 사건이 날 때마다 흥분하는 언론과 소비자
그러나 식재료 생산 메커니즘을 이해 못해

정은정 씨는 정부의 우선적 책임을 지적하고, 농민의 책임 또한 면하기 어렵다면서도 식품 관련 이슈가 터졌을 때,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독 식품 관련 사건에서는 최종 책임자는 ‘농민’이었다면서, 농산물 생산의 전반적 메커니즘과 우리 사회가 농산물을 대하는 태도를 전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 이른바 ‘쓰레기 만두’ 사건에서 얻은 교훈이 없느냐며, “결국 그 사건은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사업주는 목숨을 끊은 뒤였다”며, “특히 농업 생산에서 전반적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임을 농민에게만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 씨는 특히 축산업은 고도의 매뉴얼과 시스템이 필요한 전문 영역이고, 실제 키우는 농민뿐 아니라 관리와 지도 역시 전문적 영역이 맞물려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처음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그 성분을 몰랐다는 항변을 할 수밖에 없다. 독성이 강한 농약 그라목손처럼 금지됐다면 쓰지 않았을 것이다. (농민 입장에서는) 마치 처방전대로 약을 사 먹었는데 잘못된 것이라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계, 축산은 약을 정말 많이 써야 하고, 특히 공장형일 경우는 더 많이 쓰게 된다”며, “농식품부나 식약처도 사용가능 약품에 피프로닐 성분이 없었기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관리감독이 안 되고, 농가에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정부는 농산물, 축산물 등을 싸게 공급하는 데 치중하면서 지난 조류독감 사태처럼 사고가 생기면 수입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고, 소비자들 역시 “가성비”라는 가치에 따라 이른바 ‘메뚜기 쇼핑’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6개월 전 조류독감으로 계란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일부 감염 지역의 계란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정부는 계란을 수입했고, 소비자들은 일제히 유기농 계란을 찾았다. 당시 생협이나 우리농 계란은 대량 생산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1인당 판매량을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2-3개월 뒤에는 다시 예전 판매량으로 돌아갔다.

정은정 씨는 “우리는 사실 대충 먹고 살았다. 가장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게 먹을거리이고, 학원비 상승은 감수하지만 식재료 값 상승은 허용하지 않는다”며, “정말 식품 안전성 문제를 깊게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정말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한다면 그것이 생산되는 과정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는 친환경농산물, 유기농산물에 제대로 판로를 마련해 준 적이 없다. 예전 가격대로 농산물을 먹겠다면 먹을거리의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는 이번 사태로 결국 계란도 대기업 브랜드화 될 것이라면서, “관리감독 영역이 대기업으로 넘어가면, 결국 기존 양계 농장들이 하림이나 씨제이 같은 대기업에 복속된다. 하청업체가 되는 것”이라며, “농민은 하청업체가 되고 대기업은 하던 대로 효율성만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란의 경우 2차 가공품에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기업은 기본적으로 가공식품 폐기량이 엄청나다. 그것을 전제하고 만든다”며, “생산품의 상당량을 버려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결국 식재료 값이 싸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농산물 생산을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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