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선교 떠나는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

“마지막 사제 생활 5년을 그들에게 ‘신앙의 선물’로 주고자 합니다.”

64살의 노사제가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사로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는 14일 한국을 떠나 5년간 잠비아 은돌라 교구에서 선교 사제로 지내게 됐다.

환경이 녹록치 않은 아프리카에 은퇴를 준비할 나이의 사제가 간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걱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 신부는 “선교는 늘 관심을 가졌던 오랜 꿈이었지만 교구 형편 등으로 여의치 않았다. 이번에 요청이 있어서 응했고, 마지막 사제 생활을 이곳에서 마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복사를 하며 어릴 적부터 본당사제가 속한 골롬반외방선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서품 전에는 호주 성골롬반 신학대에서 공부했다. 이후 이주민사목, 미국 교포사목 등을 거치면서 더욱 해외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가 다른 나라 교회로부터 받은 것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1993년 교구 사목국장을 맡으면서 원주교구에서 선교사를 파견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지만, 당시 교구는 선교 사제와 지역에 지원을 할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2월 잠비아 은돌라 교구에서 원주교구에 선교사를 요청했다. 처음에 김 신부는 평창본당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소식을 들었을 때 유럽 성지순례 중이었던 김 신부는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의 본당 사목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선교는 아무나 갈 수 없다”고 다시 결심하게 됐다.

12일 조규만 주교의 주례로 김한기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 파견 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김한기 신부)

김 신부는 최근 한국외방선교회의 선교사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그는 “선교는 현지인들과 함께 사는 것이고, 그들이 존엄과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라며, “부수적으로 경제적 원조가 필요하지만,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신앙과 삶을 나누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선교에 대한 이런 생각에 영향을 준 것은 이태석 신부의 삶이고, 늦은 나이에 선교에 나서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것은 65살에 아프리카 케냐 선교 사제로 갔던 안동교구 류강하 신부의 책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였다.

그런 맥락에서 김 신부는 얼마 전 파견된 선교 사제들이 1년 만에 돌아온 적이 있는데, 선교지 교회가 사목이 아닌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잠비아에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내 몫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비아에 가면 청소년 교육에 특히 관심을 가질 생각이라면서, “교육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신앙교육은 물론 일반 교육과 육성에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14일 밤 비행기로 출국하는 김 신부는, “내가 선교를 간다니, 걱정이 됐는지 여러 사람들이 후원과 지원을 하겠다고 전해 왔다”며, “풍토병이나 음식, 물 등이 걱정되기는 한다. 더 많은 이들이 해외 선교에 관심을 갖고 함께 기도해 주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잠비아는 영국 식민지에서 1964년 독립했고 약 20퍼센트가 가톨릭 신자이며, 개신교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신자는 약 50퍼센트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회 수도자와 사제 19명이 파견돼 학교와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고, 김한기 신부는 20번째로 동참하게 된다.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은 1957년 비오 12세 교황이 사제가 부족한 다른 나라에 선교회 소속이 아닌 교구 사제를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한 회칙 이름이다. 해외선교를 선교회의 일로만 여기지 말고 모든 이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교구 사제를 '피데이 도눔' 사제라고도 부른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해외 선교에 파견된 교구 사제는 107명, 수도회 사제와 수도자는 93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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