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 18일 복지부 등에 의견서 전달

황우석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에서 거의 동시에 국내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천주교에서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에 반대 의견을 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는 9월 18일 ‘인간배아 대상 연구의 확대 허용 요구'에 대해 우려하며 “어떤 목적에서든 부작용 발생을 배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큰 기술을 인간배아에 적용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편집 연구에 관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 전달했다.

또 자문위는 21일 보도자료에서 “엄연한 인간 존재인 배아를 연구도구로 만들어 사용하고 폐기했다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인간에 대한 확실한 보호보다 불확실한 성과를 우선시하여, 인간배아에 대한 연구를 허용하거나 확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지난 8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IBS 김진수 연구팀이 제공한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미국 OHSU 미탈리포프 연구팀이 인간배아 유전자 변이 교정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의 관련 논문은 8월 24일 과학전문주간지 <네이처>에 출판되었고, 뒤이어 보건복지부 산하 민관협의체인 '4차 산업혁명과 생명윤리'는 6개월에 걸친 회의 끝에 8월 30일 관련 공청회에서 "인간배아에 관한 국내 연구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인간배아를 연구목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주교는 "엄연한 인간 존재인 배아를 연구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고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미지 출처 = genologics.com)

한편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는 국내 과학자들이 지켜야 할 연구윤리기준인 IRB를 거치지 않은 실험이라면서 연구 진실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네이처> 발표 이후 이 논문의 효과에 대해 과학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과기부는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내 심의기구와 미국국립과학원의 인간유전체 교정 가이드라인을 따랐고, 네이처의 생명윤리 분야 심사위원이 이번 연구에 대해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을 매우 잘 지켰다'는 평가를 했으며, 실험은 미국 연구팀이 수행했으므로 국내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학 생명대학원 구인회 교수는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연구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이미 윤리적인 문제점이 드러나 있는 연구에 있어 남들보다 앞서가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고 위험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뒤이어 그는 보건복지부 공청회 관계자들이 주장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 인간 생명을 다루는 연구 대상과 범위를 확장시켜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게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위험 산업에 치중하자는 요구가 정말 국익을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위 자문위원이기도한 구 교수는 “요즘 첨단 생명과학 기술과 연관된 것에 국가에서 대단히 많은 연구비가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오래전 황우석 사태를 모두 크게 겪었는데도 또 다시 해당 분야 지원에 치중할 필요가 있는지 되물었다.

그는 “우리가 나아갈 길에 있어서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킬 이유도 없고, 배아라는 인간생명을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하는 사회라면 앞으로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간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연구 허용 범위는 각 국가마다 서로 다르다.

중국은 유전자 연구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반면, 미국 국립과학원은 ‘실제 임신을 위한 인간배아 유전자 조작 실험은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초연구를 부분 허용하고 있고, 영국은 2016년 2월 "이미 인간배아를 파괴하는 실험들이 많은데, 크리스퍼 기술만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관련 연구를 승인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는 2013년 12월 미국 버클리대학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한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에서 유래한 DNA 절단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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