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요즘 예비자 교리반에 다니고 있는 분이 질문을 해 오셨습니다. 사도신경을 배우고 있는데, 기도 중간에 고개를 숙이면서 절을 하는 것이 무슨 까닭인지 궁금하셨나 봅니다. 일단 드릴 수 있었던 답은, “미사통상문”에 “밑줄 부분에서 모두 고개를 깊이 숙인다”라는 지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는 신경에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사도신경) 혹은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하고 읊는 부분은 모두가 고개를 깊이 숙이는 부분입니다. 보통 밑줄을 그어 표시되어 있습니다.

뭐.... 하라니까 하나 보다라고 이해하실 수도 있지만, 그런 전례적인 몸짓을 취하는 데는 그대로의 의미가 있게 마련입니다. 질문이 나온 김에, 기도를 올리는 과정 중에 머리를 숙인다거나 몸을 숙이는 행위의 의미와 언제 그렇게 하는지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고 있다. ⓒ강한 기자

“미사 경본 총지침”(이하 “총지침”)에 따르면, 신앙고백할 때는 사제와 백성이 모두 서서 함께 신경을 노래하거나 낭송합니다. 특별히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구절에서 모두 깊숙이 절한다는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덧붙여,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과 예수 성탄 대축일에는 이 부분에서 모두 무릎을 꿇는다는 지침도 있습니다(137항 참조). 앞의 두 대축일에 무릎을 꿇어 본 기억은 없고, 그때도 보통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을 뿐입니다만, “총지침”에는 무릎을 꿇는다고 알려줍니다.

절은, 어떤 이 혹은 그의 표상에 공경과 영예를 드림을 뜻합니다. 전례에서, 절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머리를 숙이는 것과 몸을 숙이는 것이 그것입니다.

우선, 머리를 숙이는 절은 하느님의 세 위격을 한꺼번에 부를 때, 그리고 예수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어떤 성인을 공경하여 거행하는 미사에서 그 성인의 이름을 부를 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영광송을 바칠 때,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하는 부분에서 머리를 숙입니다.

그리고, 몸을 숙이는 깊은 절은 미사 중 몇 부분에서 하게 됩니다. 몸을 숙이는 절은 주로 사제가 맡은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예를 들자면, 사제가 복음을 선포하러 나갈 때 제대를 향해 절하며 다음과 같은 기도를 조용히 드립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을 깨끗하게 하시어 합당하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

또, 예물 준비 때 사제는 “주님,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없애주소서”라는 기도를 합니다. 이때에도 몸을 숙입니다. 그리고 신앙고백 중에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라는 말에서 사제와 회중이 함께 몸을 숙인다고 알려 줍니다(275항 참조).

사실, “총지침”은 절의 종류까지 구분하면서 알려주고 있지만, 실제에서는 이런 자세들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표현이 모호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앙고백할 때 “총지침”은 몸을 숙이라고 하는데, 미사통상문에서는 “고개를 깊이 숙인다”라고 설명합니다. 고개를 깊이 숙이다 보면 몸이 숙여지는 결과에 이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왕이면 “총지침”과 표현을 일치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더 숙여야 한다, 아니다 하는 신체 자세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아실 겁니다. 오히려, 절하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삼위일체 하느님과 우리 신앙의 다양한 신비에 대해 찬미와 공경을 드리는 표시라는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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