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재산, 은처자 의혹 해명하겠다"

새로운 조계종 총무원장 당선자에 설정 스님이 뽑혔다.

대한불교조계종 홍보국에 따르면, 설정 후보가 12일 오후에 한 선거에서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234표를 받아 당선됐다. 

간선제로 치러진 이번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는 총 4명이 후보로 등록했지만 선거 도중 2명이 사퇴했다. 설정 후보는 1차 투표만으로도 당선에 필요한 160표를 여유 있게 넘기고 결선 투표 없이 총무원장에 선출됐다.

당선자가 18일에 열리는 조계종 원로회의의 최종 인준을 받으면 10월 31일에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4년이다.

설정 스님은 12일 조계종 공식 홈페이지에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같이 지니고, 소견을 같이 나누며, 항상 서로 자비롭게 말하고, 언제나 남의 뜻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면서 "선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신심과 정성을 다한 스님들과 불자 여러분께 존경과 깊은 감사의 예를 표하며, 모두의 뜻과 지혜를 모아 불교다운 불교, 존경받는 불교, 신심나는 불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쟁의 위협 등 교단 안팎으로 매우 위중한 시기라면서 “종단 운영에 있어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매진할 것이며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의 뜻을 거울삼아 신심과 원력을 다해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할 것”이라고 했다.

설정 당선자와 마지막까지 남아 선거를 치른 수불 스님은 12일 <불교신문>에 낙선 소회를 발표하며 “설정 스님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지만, 이번 선거는 그 과정이나 결과 면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추후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설정 스님이 당선됐다. (사진 출처 = 불교방송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1만 1000여 명의 승려 가운데 3퍼센트 정도만 참여하는 총무원장 간선제 방식을 바꾸는 것은 계속되는 조계종 내부의 논란거리다. 2016년에는 가톨릭의 공의회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조계종의 '대중공사'가 9차례 열려 참가자 가운데 61퍼센트가 직선제를 원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2017년 3월에는 승려 116명 등이 참여한 총무원장 직선제 운동 단체가 만들어졌다.

선거인단은 대부분 중앙종회 의원, 교구 본사 주지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총무원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후보는 제11대 중앙종회 의장을 맡은 경력이 있어, 9월 초 출마 의사를 밝힐 때부터 사실상 자승 총무원장 체제의 연장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한편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됐지만 선거기간 제기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9월 8일 당시 설정 후보는 제기된 여러 의혹 가운데 학력위조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는데, 당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앞으로 그동안 논란이 된 학력, 재산, 은처자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불교방송>에 따르면 설정 스님을 상대로 ‘친자인지소송’이 제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10월 10일 설정 스님 선거대책위가 후보자의 은처자 의혹에 대해 관련 유전자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은처자란 승려로서 독신 계율을 어기고 몰래 처를 둔 이를 이른다. 불교에서 제일 큰 종단인 조계종은 독신 계율을 갖고 있지만, 태고종은 혼인을 허용하는 대처 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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