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평위 반박 기자회견, 정부와 같은 입장 밝혀

최근 발견된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문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종교단체를 움직여 여론공작을 벌인 정황도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1일 <CBS 노컷뉴스>를 통해 밝힌 문건에 따르면 2016년 1월 4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에는 “대다수 국민이 위안부 문제 뒤에 있는 정대협 등 비판세력들의 실체를 잘 모르는데, 국민들이 그 실체를 낱낱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한 이틀 뒤인 1월 6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천주교 주교회의) 정평위가 합의문 원점 재검토 촉구 입장을 발표했는데, 천주교도 전체의 뜻이 아닌 것을 천주교 공식기구가 이처럼 발표한 것은 문제가 큼”이라고 적고, “대수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및 평신도협의회 등을 통해 정평위 발표가 천주교 전체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도록 대외에 밝히도록 협조 구할 것”이라고 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2016년 1월 4일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을 냈다.

정평위는 이 입장문에서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한일 위안부 합의문’은 인권을 경제와 외교 논리로 환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간 기본권의 문제이며, 전쟁범죄인 사안을 한일 양국 간 외교문제로 축소시키고 ‘불가역성’이라고 규정한 합의문에 동의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그 자체로 월권이며 원인무효임을 천명한다”며, “정의를 향한 외침과 인권 보호는 교회의 기본 임무다. 가장 명백한 인권 침해인 종군위안부 문제를 모든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재조명하는 방향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대수천은 정평위 입장문에 대한 청와대 문건이 작성된 1월 6일 당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한다.

2016년 1월 6일 대수천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서. (이미지 출처 = 가톨릭수호닷컴)

대수천은 2013년 8월 결성된 ‘나라사랑기도회’를 모체로 만들어진 단체로 주로 각 교구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을 사제들의 정치 관여라며 비판해 왔다.

대수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법률 고문 등을 맡고 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수천은 이 기자회견에서 앞서 발표된 정평위 입장을 반박하면서, “좌경 사제들이 정의평화위원회의 이름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찬반에 개입해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에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천주교회와 대다수 천주교인의 뜻과 상치되는 자신들의 편향된 주장들을 마치 천주교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데 대해 평신도의 이름으로 이를 규탄한다”며, 염수정 추기경 이하 전국 교구장들에게 “좌편향 사제들의 정치놀음은 천주교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대다수 평신도의 뜻과도 다른 것임을 국민 앞에 천명해 줄 것을 간청한다”고 했다.

대수천은 그동안 주교들의 사회적 사안과 관련된 행보, 정평위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입장 발표, 시국미사 봉헌 등에 대해 항의 집회, 기자회견을 여러 번 열어 왔다.

그러나 대수천이 공식적으로 밝히는 활동내용 가운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  ‘한일 위안부 합의’ 건 하나뿐이다.

또 성명서 내용 역시 청와대 문건과 같이 “정평위가 자신들의 편향된 주장을 마치 천주교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의 “천주교도 전체의 뜻이 아닌 것을 천주교 공식기구가 이처럼 발표한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 “대수천, 및 평신도협의회 등을 통해 정평위 발표가 천주교 전체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지시와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대수천 상임대표 서석구 변호사와 이계성 공동대표는 당시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이 당시 정부의 지시와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서석구 상임대표는 1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우리는 늘 정평위,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이 시국,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입장을 밝혀 왔다”며, “우리는 누구의 지시를 받아 활동하는 단체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계성 공동대표는 “다른 정치적 사안이나 정책에 대해 반박한 적은 있지만 위안부 문제에 정식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서가 남아 있고, 기자회견을 한 사실도 있는데 공동대표가 모를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입장을 낼 때마다 모든 회원에게 알릴 수는 없다. 알아봐야겠지만 성명서를 대표자가 작성하고 발표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한편 비서실장 문건을 통해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에 대한 비판적 여론 조성을 지시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정대협은 당시 책임자인 이병기, 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직권 남용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정대협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위안부 합의를 반대하는 정대협을 반정부 세력처럼 묘사하면서 죽이려는 방안을 비서실장이 직접 지시했다”며, “그동안 정대협의 활동을 방해하고 박해하기 위한 단체들의 경비가 지출된 내역을 명백히 밝히고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 문건에는 2016년 1월 4일 이후 4월 4일까지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실체를 노출"하는 방안 검토, 민변의 위안부 협상 문서 공개 소송과 헌법소원 제기 등에 대한 대응책도 언급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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